지방정부가 도시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많이 가질 수록 품격 있는 도시가 된다. 많은 도로와 주택 및 상업공간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도시계획만으로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기 어렵다. 도시 설계의 영어 표현인 어반 디자인(urban design)을 통해 ‘어버니티(urbanity)’를 확보해야 한다. ‘도시풍’ ‘세련’ ‘우아’ 등의 뜻을 지닌 어버니티는 특정도시에서 느끼는 그 도시만의 좋은 느낌, 즉 도시적 매력을 가진 도시 다운 도시를 말한다. 태화강국가정원 지정과 함께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여야 하는 울산시는 과연 관광객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어버니티를 가진 도시인가. 새삼 점검이 필요하다.

울산 도심에 불법 광고물이 넘쳐난다. 경기 부진을 이유로 단속이 느슨해졌고 그 틈을 타 다양한 방법의 불법 광고물들이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다. 구·군이 단속을 한 건수만 해도 올들어 8월말까지 3147만6550건이다. 지난 한해는 5757만3952건이었다. 이는 2017년 4111만5617건, 2016년 2866만2735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채 지금도 현수막을 비롯한 불법광고물들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가로수나 전봇대, 건물 등지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말할 것도 없고 게릴라식 현수막이나 이동식 전광판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광고물들도 눈을 어지럽게 한다. 울산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건축물의 외관에 대한 규제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건축물이 들어선데다 야간 조명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밤낮으로 정돈이 안된 듯한 인상을 주는 도시다. 그런데다 불법 광고물까지 넘쳐나면서 도시의 품격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고물의 내용도 상품의 진실을 왜곡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관광명소로 꼽히는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 어느 곳에 불법 현수막이 걸려 있던가. 관광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면서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도시디자인에는 아예 눈을 감고 있는 것인가. 사실 도시디자인개선을 목적으로 용역을 한 것만 해도 수차례이니 관심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행이 따르지 않는, 계획을 위한 계획만 끊임없이 하고 있으니 도시디자인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예산낭비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기도 하다. 건축물의 외관은 당장에,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지만 불법 광고물은 자치단체가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한데 왜 뒷짐을 지고 있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도시는 시민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공간이다. 공간은 인간의 행동을 유발한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사람을 만든다. 불법광고물 근절은 도시디자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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