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간의 레미콘 파업 끝났지만
사상초유 장기파업 막대한 피해
건설현장 피해 최소화 노력 필요

▲ 신명준 울산시 건설협회 운영위원 (주)대득종합건설 대표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가 지난주에 지나갔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과 고향을 찾아 풍요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는 우리네 풍습은 흔들리고 무너지기 쉬운 현대인의 인생길에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에 동참하지 못하는 현실에 민족 대명절을 원망하며 쓸쓸히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7월1일부터 9월4일까지 울산지역 레미콘 파업사태가 장장 66일 동안 이어져 건설현장은 개점휴업 상태로 두 달 이상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레미콘이란 시멘트와 자갈 등을 물에 섞어 싣고 가는 콘크리트 차량을 말한다. 레디믹스트 콘크리트(ready-mixed concrete)를 줄여서 레미콘이라 한다. 레미콘 제조회사에서 시멘트와 자갈, 물을 레미콘 차량에 넣어주면 레미콘 차량은 건설현장까지 제품의 품질을 변하지 않게 운반해 주는 것이다. 레미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굳는 성질이 있어 최대 두 시간 이내에는 제조회사에서 건설현장까지 도착해야 하므로 건설현장은 최대한 가까운 레미콘 제조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울산에서 레미콘 파업사태가 일어나면 타 지방의 레미콘을 사용하기가 어렵고 비록 사용한다고 해도 건설현장에 차량 도착시간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건설현장에서의 레미콘의 중요도는 모든 공정에서 우선을 차지한다. 콘크리트 타설 이후 모든 공정이 뒤 따라 감으로써 레미콘 파업으로 인한 공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속 공정을 진행할 수가 없다. 뼈대 없이 살을 붙일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콘크리트를 만들 때 물을 많이(60%정도) 사용하면 영하의 날씨에 콘크리트가 얼어 정상적인 제품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구조체에도 심각한 문제를 동반한다. 이처럼 콘크리트는 어떤 건설자재보다 공사 시간과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 날씨는 살기에는 좋지만 건설공사에는 아주 불편하다. 매우 추워서 제품이 얼어버릴 때와 너무 더워 제품이 녹아 버릴 때, 비가 와서 제품이 젖어 버릴 때는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건설인들은 몸이 얼어도, 날씨가 뜨거워 자기 몸을 태워도, 온몸으로 비를 맞아 살이 퉁퉁 부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용해야 할 제품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런 투지도 실종되어 버린다. 농사를 지을 때 씨앗을 심는 시기를 놓쳐버리면 일 년 농사를 망치듯 건설현장도 이와 같은 것이다.

66일 동안 서로 타격만 주고 싸움은 끝났다. 그러나 뒤를 이어나갈 주자들은 이를 정리할 동력이나 용기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필자는 레미콘 차량 기사나 제조회사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다. 분명 상호 간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다만 사상 초유의 긴 파업으로 발생한 막대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인식했다면, 좀 더 빠른 시기에 타결되었다면 좀 더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 않았겠나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 협상타결로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생존권 차원에서 파업을 했다는 레미콘 차량기사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봐야 일용직 노임도 안된다 하고, 레미콘 제조회사는 운반비를 올려주면 공장을 가동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물가가 올라간다든가 임금이 상승하면 생존권 문제는 다시 나타날 것이다. 이번 파업사태로 인한 직간접 및 사회적 피해는 협상타결 인상분의 수백 배에 이를 것이다. 당장 현재 신축 중인 모든 학교공사의 입학 시기가 늦어질 것이고, 만성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도로의 개통이 늦어지면 개인 상업시설의 개업도 늦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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