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올 여름 울산지역 최대 노동현안이었던 ‘레미콘 파업사태’와 ‘안전점검원 농성사태’가 장기간의 진통 끝에 이달 들어 순차적으로 노사 합의에 이르며 일단락 됐다. 갈등부터 해결에 이르까지 두 사태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 사태는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던 여성 점검원이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노조는 ‘2인1조 근무제’를 핵심으로 근본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5월2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노사간 팽팽한 대립구도 속에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결국 지난 17일 여성 안전점검원 3명이 울산시의회 건물옥상에 오르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3일 뒤인 20일 울산시 등의 중재 속에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며 4개월간의 사태는 끝이 났다.

이번 사태를 통해 노조는 업계 처음으로 ‘탄력적 2인1조 근무제’ 도입이라는 결실을 이끌어 냈고, 감정노동자 보호매뉴얼 마련과 점검건수 할당제 폐지 등의 성과도 얻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쉬쉬하고 감춰졌던 여성 가스안전점검원들의 고충을 이슈화해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 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기물을 파손하고 시의회 옥상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며 대규모 공권력을 남용한 점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불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은 선례가 돼 향후 다른 노사갈등 사업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2년 전에 이어 또 다시 뚫린 울산시의 허술한 청사 보안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레미콘 파업사태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레미콘 운송비 인상을 놓고 노사가 협상에 난항을 겪다 지난 7월1일부터 노조가 운송을 거부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이에 제조사측은 집단 계약해지와 조업중단으로 맞서며 2개월 넘게 레미콘 공급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학교 신축 공사 등 각종 공사현장에서 공사차질이 빚어지고 이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나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레미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후 노조간부들이 철재구조물 망루와 사일로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나서야 레미콘 사태는 65일만에 극적인 타결을 이뤘다.

그러나 레미콘 사태도 해결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타결 당일 당초 조합측은 최종적으로 단계적 제시안을 내놓고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비슷한 시간에 2개 업체가 추가적으로 5000원 인상에 합의하기로 하면서 기자회견과 제시안 자체를 없던걸로 하고 결국 나머지 업체들도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기자회견 도중에 2개 업체가 이탈해 타결하는 해프닝속에 제조사측이 노조에게 백기를 든 셈이다.

레미콘 사태 또한 레미콘 운송기사들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 속에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이슈화를 이끌어 낸 반면, 파업 과정에서 비노조원에 대한 운송방해 및 위력행사, 점거농성 등 탈·불법행위는 오점으로 남았다. 레미콘과 가스안전점검원, 두 사태 모두 힘든 과정을 통해 합의점은 도출했으나 끝맛은 개운치 못했고 적지 않은 후유증과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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