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차도에 가려 위용은 사라진채
교통 혼잡만 야기하는 신복로터리
도시 이미지·관문 역할 제고 필요

▲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고대도시 바벨론에 바벨탑이 세워진 이후 신의 노여움을 받아 탑이 무너지고 언어가 달라지는 형벌을 받은 이후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하늘과 맞닿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세시대 말 건축양식에서 소위 고딕풍이 유행할 때 인간은 외면적으로 신과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신과 멀어지며 인간본성을 더 강조하고 싶은 욕망을 가졌었다. 교회 건축물은 하늘의 신과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욕망을 담아 역사상 가장 높이 솟은 뾰족한 형태가 되었다. 심지어 에넹이라는 지금의 고깔모자처럼 뾰족한 형태의 모자를 쓰고 풀렌느라는 앞이 뾰죽한 신발을 신어 하늘의 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신발의 앞부분 끝을 뱀 꼬리, 물고기 꼬리 등의 기발한 모양으로 만들어 심지어 발끝에서 25~30㎝ 정도의 뾰족하게 긴 것도 신고 다녔다. 어떻게 걸어 다녔는지를 상상하면 웃음이 난다. 동시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더 강조하는 에로티시즘적인 표현이 노골적으로 된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 하늘의 신과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을 성당 건축물과 복식으로 표현하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도 이중적으로 드러냈다.

인간은 왜 그토록 높은 하늘에 닿으려는 마음을 온 몸으로 또 건축물로 양가의 감정을 담아 표현하려 했을까? 주체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표현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기념탑이라고 본다. 러시아 개방 이후 그 연방국에 여행을 가보면 아직도 하늘 높이 치솟아 있지만 결코 대단치 않고 초라하기까지 한 모습의 기념탑들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그 기념탑에는 건축적 요소와 조각이 더해져 상징성을 가지고 한 때 신성한 공공장소가 되기도 했겠지만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생활감정과 정서와는 동떨어져 방치되어 있는 것들이 제법 있다. 부질없는 인간의 헛된 욕망에 대한 답을 초라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탑에 대한 인간의 갈구는 거기만 있는 게 아니다. 자유국가의 도처에도 여러 명목으로 있다. 그 상징성의 의미와 생명을 유구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정서적 공감이 더 이상 되지 않아 그 의미가 실종되었거나 그 도시 발전에 어울리지 않고 실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울산시 남구 무거동 신복로터리에 있는 제2공업탑도 그렇다고 본다. 울산에서 지낸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왜 제2의 공업탑까지 만들어 울산의 관문에 세웠는지 그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기념의 상징성이 있었다고 하지만 도시개발과 도시발전의 미래를 한발만 더 나가서 살펴보면 아쉬움이 있다. 하나로 충분했다.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된 지 22년이나 지난 작금에 여러 분야에서 발전이 이루어졌으나 도시 전체의 도로 여건은 아직 개선과 보완이 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신복로타리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 교통 혼잡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해결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지하도로를 건설한다고 해도 더 이상 미래지향적 도시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은 신복로타리 위로 지나가는 고가차도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서 탑의 위세가 건립 초기만큼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도 못하다. 교통 혼잡만 가중시킬 뿐이다.

10월에 있을 태화강 국가정원 선포식을 앞두고 시의 TF팀은 주차, 대중교통, 도로분야의 문제에 대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모두 교통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하루 행사를 위해 교통문제와 관련된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는 있으나 꼭 가봐야 하고 오랫동안 머물러 있고 싶은 울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도로부분 재정비에 따른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더욱이 국가정원 박람회까지도 하자는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가? 태화강 국가정원 선포식에 참여하는 많은 타지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할 울산의 도로 중 하나가 신복로타리다.

부산의 경우 서면로터리에 있던 일명 부산재건탑을 도시재정비의 일환으로 지하철이 들어서면서 건립된 지 18년 만에 없애고 그 자취를 시립박물관으로 옮겨둔 지 38년이나 되었다. 신복로타리 기념탑의 경우 현재 36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울산도 다른 곳으로 옮겨 교통혼잡의 문제도 해결하고 도시이미지와 관문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관과 시민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울산이라는 세상을 거침없이 시원하게 미래지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관문으로 탈바꿈시켰으면 한다.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