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대 300㎜ 이상 물폭탄

▲ 23일 태풍 ‘타파’로 인한 강풍과 호우로 대규모 벼 쓰러짐 피해가 발생한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들녘에서 이선호 울주군수가 피해농민과 복구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2016년 태풍 ‘차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위력이 강했던 태풍 ‘타파’가 울산과 제주 등에 큰 피해를 입히고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순간 최대풍속 35㎧의 강풍으로 울산에서는 교회 첨탑이 무너지고 가로수와 입간판, 버스정류장 등이 뽑혀나가는 등 공공시설 248곳, 사유시설 152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울산시 등 행정의 적절한 대응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최대 순간풍속도 35.7㎧ 집계
도로 곳곳 침수·가로수 전도
벼침수·낙과·정전피해도 속출
만조시간 피해 최악 상황 모면
10월에도 1개정도 북상 가능성

◇폭우에 강풍까지 피해 속출

최근 북상한 태풍 링링이 ‘바람 태풍’이었다면 제17호 태풍 타파는 북상할 때부터 ‘비 태풍’으로 분류됐다. 타파는 제주도에 700㎜가 넘는 물 폭탄을 퍼부었고 울산에도 226.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북구 매곡동은 345㎜, 울주군 간절곶에는 294.5㎜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다. 지난 2016년 내습해 울산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한 차바의 누적 강수량이 266㎜였다. 타파는 많은 비에 강풍까지 동반했다. 순간 최대풍속이 울기등대 지점에서 35.7㎧(128.5㎞/h)까지 측정됐다.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타파는 울산에 최근접하는 시간과 만조시간이 겹쳐 자칫 태화강이 범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다행히 타파는 경로를 예상보다 동쪽으로 틀면서 일본 대마도를 통과했고 이후에는 세력이 급격히 약해져 해일이나 하천 범람 등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공공시설 248곳, 사유시설 152곳 피해…학교시설물 일부도 파손

울산시에 따르면 이번 태풍 타파로 인해 도로 48곳이 침수됐고 가로수 83그루가 넘어졌으며 신호기 18개가 파손됐다. 또 입간판 83곳이 파손됐으며 농경지 18㏊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강풍으로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기울면서 정전피해도 잇따랐다. 북구 진장동의 대형 쇼핑몰과 아파트, 중구 서동 등에서 정전 신고가 잇따라 총 40건의 정전 신고가 접수됐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가 시설물과 재산피해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관내 18개 학교도 시설물 피해를 입어 부득이하게 휴교하거나 오전 수업 후 학생들을 하교시켰다. 울산생활과학고는 본관 펌프실 침수와 급식소 보일러 펌프가 파손됐고 옥현중은 급식소와 체육관 누수, 외솔초는 음수기 파손과 문서고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여고와 서생초 등은 외벽 마감재가 떨어졌다.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있었다. 폭우와 강풍에 교통통제하던 경찰관이 버스에 치어 부상을 입었다.

시는 이번 태풍 대응 과정에서 태화강 범람이나 저지대 침수 등 ‘2016년 태풍 차바’의 교훈으로 미리 대형펌프를 구비하고 태화강 둔치주차장이나 저지대 지하주차장 등에 주차된 차량을 사전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상습 침수지역에 대형 양수기를 미리 배치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대응했다. 낙하물이 날아다니거나 가로수가 뽑힐 정도의 강풍이 부는 가운데 시설물 관리와 외출을 자제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인명피해가 극히 적었던 데 큰 역할을 했다.

▲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제17호 태풍 ‘타파’로 인해 23일 오후 5시께 완전 침수(붉은 선안이 암각화 암면)됐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10월 태풍 또 북상 가능성 있어

태풍 타파가 무사히 지나갔지만 10월 가을 태풍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016년의 태풍 차바와 지난해 태풍 콩레이는 모두 10월 태풍이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해 태풍 발생 해역의 수온이 높은 데다 발생 조건이 맞아 10월께 태풍이 하나 정도 더 발생해 북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10월 태풍이 하나 더 한반도로 향할 경우 한 해 발생한 태풍 역대 1위(7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태풍 통계를 시작한 이후 한 해 가장 많은 태풍이 지나간 해는 1950년과 1959년의 7개다. 올해는 이미 6개가 지나가 1914년, 1933년, 1976년의 역대 공동 3위 기록과 같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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