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위주의 자극적 편파방송 홍수
일방적 의견 몰입 편견에 사로잡혀
비판수용 열린 사회 함께 고민해야

▲ 김도하 내과의원장

아침 출근길에 차 안에서 라디오를 켠다. 보수 야당이 편파방송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한 종교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이 전파에 잡혔다. “이렇게 편파적인 진행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인터뷰에 응하던 야당 국회의원이 진행자에게 따진다. “아니 의원님, 뭐가 편파적이란 말입니까? 끝나고 나중에 전화 다시 드릴게요.” 인터뷰를 하는 중에 편파적인 진행인지, 아닌지를 놓고 다투고 있다. 아침부터 이런 논쟁이라니, 기분이 좋지 않다. 라디오를 껐다.

바쁜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라 핸드폰을 열어 본다. 자주 내원하는 환자분으로부터 SNS로 보수 인사가 진행하는 유튜브의 동영상이 날아와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한 보수적이고 편파적인 의견이 담긴 동영상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연락하라고 알려준 전화번호였는데, 본인도 현 정국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동영상을 다 보내나 싶다.

저녁에 퇴근하면서 또 라디오를 켠다. 지역 연고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면서 중계하는 방송이 잡힌다.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연고 팀의 선수를 응원하고 상대 팀의 선수를 조롱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팀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 심판마저 편파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스포츠 중계라서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웃어넘기면서 귀가한다.

가히 편파방송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거의 하루 종일 편파방송과 접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팟캐스트나 1인 유튜브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시청자들은 폭넓게 각자의 흥미와 성향에 따라 원하는 방송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방송의 콘텐츠도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청취자를 만족시켜 계속 시청하게 하기 위한 흥미 위주의 방송, 더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방송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각자가 좋아하는 방송만 듣고, 듣기 싫어하는 방송은 배척함으로써 개인은 더욱 편견으로 무장하게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편파적 일인 유튜브 방송도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달 전에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유튜브 진행자 홍준표 전 대표와 유시민 이사장이 ‘홍카레오’란 이름으로 같이 토론하면서 방송을 진행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진행자들이 자신의 방송이 편파적이란 사실을 숨기는데 반해, 유시민 이사장은 한 지상파 TV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이 진행하는 ‘알릴레오’를 프로야구의 편파방송과 같은 식으로 현정권을 응원하는 방송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정치 관련 방송 가운데는 독기를 풀풀 날리면서 과장을 하거나, 심지어 가짜뉴스도 만들어내는 진행자들도 있다. 이렇게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된 방송을 해도 시청자들이 곧이곧대로 다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시민이 편파적인 보도만 접하고 편파적인 사고로 무장하게 되면 동조(同調)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비판 기능이 사라짐으로써 사회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사회 심리학에서 아주 중요하게 논의되는 동조현상이란, 전혀 터무니없는 선택을 군중심리에 의해서 개개인이 결정하는 경우다. 어떻게 평범한 시민이었던 독일인이나 일본인들이 광기에 휩싸이면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고, 정치에서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정책을 채택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이론이다.

<열린사회와 적들>의 저자 칼 포퍼는 오직 열린사회만이 인간의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여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퍼가 주장한 열린사회는 비판을 수용하는 사회이며, 진리의 독점을 거부하는 사회이다. 여기서는 비판받지 않아도 좋을 절대적 진리란 용인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직 정치적 진영논리만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방송은 열린사회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편파방송에 약간 심하다고 할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원인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상당 부분 책임이 있고, 또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욕설까지 섞어가며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편파방송의 홍수를 막을 방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공영방송도 그 책임과 역할을 되새기며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김도하 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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