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1999년에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가상의 세계를 그린 영화 ‘매트릭스’가 큰 화제를 모은 일이 있다. 2199년을 가상한 영화로 인체의 열과 전기 활동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설정한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은 1999년의 일상을 살아간다. 이 가상의 세계에서 평범한 회사원이던 해커 네오는 매트릭스를 빠져 나온 전설적인 해커 모피어스와 함께 인류를 매트릭스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영웅으로 활약하는 영화이다. 매트릭스는 라틴어로 ‘자궁’이라는 어원을 갖는 말이다. 1848년 영국 수학자 실베스터가 수학에 처음으로 매트릭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행렬이라 하는데, 그 원소들이 행과 열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매트릭스의 사용과 발달은 선형연립방정식으로부터 기인한다. 선형연립방정식이라 함은 미지수를 여러개 가지고 있는 1차 방정식들의 연립으로 이루어진 것을 말하며, ‘미지수들을 구하는 것을 선형연립방정식을 푼다’라고 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도 기원전 4세기께부터 선형연립방정식을 다룬 것으로 알려진다.

현존하는 문헌 중에 선형연립방정식에 대해 가장 오래된 것은 한 왕조 때인 BC 200년에서 BC 100년 사이에 기록된 <구장산술>의 제8장 ‘방정(方程)’장이다. 놀라운 것은 구장산술에 나타난 선형방정식의 해법이 매트릭스를 이용하여 선형연립방정식을 푸는 현재의 방법과 아주 유사하다. 즉, 구장산술에서는 매트릭스라는 이름을 쓰지는 않았지만 정보의 원천을 행과 열로 나열해 연산을 통해 원하는 해를 얻는 방법을 사용하여 연립방정식을 풀었다.

매트릭스는 현재 공학이나 자연과학 뿐 아니라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까지 모든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문제 해결 도구가 됐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유명한 통신연구소인 벨연구소의 수학자들은 기존의 깔려 있는 구리선을 매트릭스의 원소로 놓고 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을 개발해 구리선으로 광통신망의 효과를 내어 수 조원의 돈을 절약했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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