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사랑의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정신을 담고 있는 상징이자 심벌이다. 세 개의 빨간 열매는 ‘나, 가족, 이웃’을, 빨간색은 ‘따뜻한 마음’, 초록색 줄기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의미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증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디에 사는 누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까? 설사 안다 해도 내가 그들을 직접 돕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을 내더라도 대게는 어디에 기부해야할지 막막해진다. 또 어려운 이웃을 제대로 돕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수많은 사회복지기관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일부 시설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사례도 종종 생겨났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를 하게 되면 우리 사회 구석구석 어려운 이웃들에게 지원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복지사각지대도 효율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금과 배분 내역을 공개하고 정부 시민과 내·외부 감사를 통해 그 모든 과정이 공정했는지 검증을 받게 된다. 따라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금의 효율적인 관리와 배분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기부자에게는 보람과 신뢰를 수혜자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전달할 수 있다.

언론에 사랑의열매가 처음 등장한 건 1966년 5월 동아일보이다. 당시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왼쪽 가슴에 사랑의열매를 달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이후 홍수피해 국민을 돕기 위해 마련한 모금행사에서 육여사를 비롯해 장·차관 기업가 부인의 모임인 양지회가 참가해 시민에게 사랑의열매 달기 운동을 벌이면서 거리 모금을 진행했다.

당시 한해에만 500만개가 국민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에 들어서도 사랑의열매는 나눔의 상징으로 모금행사가 열릴 때면 사랑의열매를 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모금활동이 민간에서 정부주도로 넘어가고 사회복지기탁금 관리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70년대 중반 사랑의열매는 사라진다.

이후 1991년 사회단체 20여곳이 참여한 이웃돕기운동추진협의회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연말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보건사회부 사회복지정책본부장이 사랑의열매를 재탄생시켰다. 당시 짧은 제작 시간 탓에 둥근 스티로폼에 빨간 잉크를 묻혀 열매를 만들고 녹색테이프로 줄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1992년에 초록색 줄기를 네모난 화분이 받치는 형태의 주물로 바뀌어 모양이 조금씩 바뀌면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1993년 감사원의 감사로 정부 주도하의 성금 모금에 문제가 밝혀지면서 정부 주도의 이웃돕기 모금운동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고, 공동모금제도의 도입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의 제정 논의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공무원의 모금행위를 금지하고 사회복지공공동모금회법을 국회에 제출해 민간의 이웃돕기 성금모금은 독립적인 민간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였다. 1998년 사랑의열매 설립과 함께 이웃돕기 캠페인을 상징하는 공동 브랜드가 되었으며, 연말 연시 이웃을 상징하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각 나라별 공동모금회는 고유의 상징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공동모금회는 붉은 깃발(아카이 하네)로 미국공동모금회는 손과 무지개를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오랜 역경을 거쳐서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되는 나눔의 상징이 되었다. 어느새 50년이 넘는 세월을 국민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면서 나눔의 상징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랑의열매!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나눔의 상징! 대한민국에는 사랑의열매가 있다. 한시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