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승인 받고 체중감량제로 처방
1976년 시판…2000년대 부작용 알려져
2016년 영화로 제작 세계적 관심 불러

▲ 23일(현지시간) 당뇨약으로 승인 받은 ‘메디아토르’의 부작용을 처음 제기한 이렌 프라숑이 희생자들을 담은 사진집을 들고 파리 법원에 도착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당뇨약으로 승인을 받았지만 체중감량제로 처방된 약품이 심장에 이상을 일으켜 최대 2000명의 사망을 불렀는지를 놓고 프랑스 파리에서 23일(현지시간) 재판이 시작됐다.

BBC 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재판은 앞으로 6개월 동안 해당 의약품 ‘메디아토르’(Mediator)의 제약사인 세르비에 및 감독관청에 제기된 과실치사 및 사기, 태만 혐의를 가리게 된다.

4000명 이상의 원고는 세르비에가 약품의 부작용에 눈을 감았다는 생각이지만, 세르비에 측은 부작용에 관해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메디아토르는 벤플루오렉스(benfluorex)라고 불리는 분자를 토대로, 애초 혈액 내 지방 수준을 낮추는 약품으로 출발해 1976년 시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당뇨병 환자들에게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처방됐다.

특히 이 약은 식욕 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의사들도 일반치료제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법적으로는 단지 당뇨 환자용으로 승인을 받았지만, 체중 증가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손쉽게 손에 쥘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약품이 프랑스에서 흔히 처방되는 약품 50가지에 포함될 정도로 대중화하면서 2009년 시판 중단까지 복용한 사람만도 약 500만명에 달했다. 주요 제약사인 세르비에 측은 이 약품 판매를 통해 최소 10억유로(1조3000억원)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일부 유럽국가들은 프랑스보다 훨씬 앞서 이미 2000년대 초 이 약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이 약품의 부작용은 복용자들 사이에 심장판막 손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제기됐고, 관련 연구가 이어지면서 결국 판매금지로 이어졌다.

그 사이 메디아토르 관련 사망자는 500명에서부터 최대 2000명이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수천명이 심장혈관 합병증으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덩달아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관계당국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들은 갖가지 경고에도 메디아토르가 계속 판매된 이유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관계당국을 법정에 세웠다.

피해자들 변호인은 제약사는 수십 년 동안 의도적으로 환자들을 오도했고, 이것은 당국의 관대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사건은 2010년대 초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놓았고, 2016년에는 영화 ‘150 밀리그램’(150 Milligrams)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7년 메디아토르의 부작용을 세상에 알린 호흡기내과 전문의 이렌 프라숑은 제약사가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결국, 우리는 용인할 수 없는 스캔들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한편 제약사 세르비에의 창업자로 메디아토르와 관련된 잘못을 부인해온 자크 세르비에는 지난 2014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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