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가 공업탑로터리 일원 일명 먹자골목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는데 지역상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보행환경개선사업은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해서 상권을 활성화는 것에 목적으로 두고 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당 골목의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보행환경개선사업의 목적이나 콘텐츠가 잘못됐거나 지역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 과정없이 막무가내로 진행된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행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한때 번화가였다가 쇠퇴기를 거쳐 다시 살아나고 있는 공업탑로터리에서 남부경찰서와 울산여고로 연결되는 골목길이다. 식당과 카페, 노래방 등이 밀집돼 있다. 2, 30년전만 해도 울산에서 가장 번성했던 골목이다. 상권이 남구 삼산동으로 쏠리면서 침체기를 거쳤고 최근들어서 새단장한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된 뒷골목 특유의 지저분함이 있어 보행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이다.

이에 남구는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2019년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공모사업’에 당선돼 국비 12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11월부터 보도설치, 도로정비, 간판개선, 전선지중화 등을 시작, 빠르면 2020년 완료할 계획이다. 그런데 상인들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국비를 들여 상가 주변을 깨끗하게 새단장해주겠다는데 그들이 왜 반대할까. 이유는 주차공간 부족이다. 공업탑상가번영회에 따르면 남구의 보행환경개선사업 계획대로 진행할 경우 주차공간 150면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지금도 주차 어려움으로 인해 손님 유치가 어려운데 더 많은 애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구청은 30면의 주차공간을 신설하고 사설주차장 40면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하고 있다.

주차공간 부족은 상권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보행환경을 개선해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통행이 편리해지는 것 보다 당장에 손님 확보가 더 중요한 상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골목길로 변화하면 점진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늘게 된다. 남구청도 개선을 위한 개선, 보여주기식 개선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설을 적확(的確)하게 갖추도록 면밀한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혼잡스럽기만 한 조형물이나 장식물, 화분 등은 일절 배제하고 보도블럭도 단순하고 깨끗하게만 해놓으면 될 일이다. 쓸데없는 장식물로 넘쳐나는 삼산디자인거리처럼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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