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정찬 서부초등학교 교사

극심한 가난, 부모의 이혼,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 처지는 다르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201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 아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을까? 자신 앞에 놓인 불행을 잘 헤쳐갈 수 있었을까?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833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갓 태어난 833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30년이 넘는 연구가 시작됐다. 카우아이 섬 종단 연구로 불리는 대규모 심리학 실험이었다. 833명의 신생아 중, 201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가정환경 속에서 태어났다. 연구진들은 이 고위험군에 속한 201명의 아이들 대부분이 사회부적응자로 성장할 거라는 가정을 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201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 때문이었다. 그들은 부모의 뒷바라지도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했지만,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도덕적이며, 성공적인 삶을 일구어냈다.

온갖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잘 자란 72명의 아이들. 이 아이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연구진은 72명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아이들 주변에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존재였다. 잘 자란 아이들 주변에서 어김없이 발견된 존재는 좌절과 실패 등 어떤 고난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믿어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주는 사람이었다. 의지할 수 없는 부모 대신 조부모나 친척, 때로는 마을사람이나 선생님 등이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성공한 아이들 주변에서 발견된 그들의 그 숫자는 최소 한 명.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의 핵심이었다. ‘삶의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하고 긍정적인 힘.’ 카우아이 연구를 진행한 에미워너 교수는 이것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명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은 어떠할까? ‘잔디 깎기 부모’의 양육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없애고 있지는 않을까? 잔디 깎기 부모란, 부모가 잔디 깎기 기계가 되어 자녀가 걷게 될 길 위에 놓인 위험요소와 장애물을 말끔하게 제거하는 부모를 일컫는다. 잔디 깎기 기계 부모를 둔 아이들은 잡초와 돌멩이 하나 없는 평평한 길을 걷게 된다. 성공만이 존재하는 길이다. 그런데 만약 잔디 깎기 기계로 제거하지 못한 역경과 마주치게 된다면 아이들은 역경을 스스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좌절과 실패, 고난을 겪지 않는 아이들, 물질적인 풍요와 부모의 지나친 보호 아래 자란 아이일수록 작은 좌절과 실패에도 주저앉아버린다. 아이를 좀 더 성공한 사람으로 키운다는 명목 하에 아이의 공부, 진로, 친구관계 등 무엇이든 부모가 대신해주거나 해결해주려는 양육방식, 아이의 고통은 모두 덜어주려는 듯 내 아이만큼은 부족하게 키우지 않겠다는 부모의 과잉 애정이 우리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떨어뜨린다.

부모가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아이들의 좌절을 해결해주기 보다는 믿어주고, 지켜봐주고, 공감하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실패와 좌절 자체를 아이 인생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줄 때,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느낄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를. 소정찬 서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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