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후상박식 기본직불+부가의무 가산직불로 구성 전망
“대규모 농가도 지원액 감소하지 않을 것”…12월 확정
환경·생태 등 의무 부과, WTO 감축 대상 벗어나기로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공익형 직불제의 윤곽이 공개됐다. 일정 수준의 소규모 농업인에게는 누구나 지급하는 소농 직불금에, 면적 따라 역진적으로 지급하는 면적 직불금을 더해, 각종 의무 이행에 따라 지급하는 선택형 공익직불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 같은 직불제 방안은 12월 확정될 예정이다.

◇직불제, 농가 소득에 기여…쌀 편중 ‘부작용’도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직불제란 목표 가격과 산지 쌀값의 차이의 85%를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쌀 직불제는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시장 개방에 따른 쌀값 하락 우려로 농가 피해를 보전해주고자 도입됐다.

이후 14년간 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도 농가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쌀 전업농을 늘려 규모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체 농가 가운데 쌀 농가가 2017년 기준 55.6%에 불과한데도 그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농업직불금 가운데 80.7%인 1조4000억원을 쌀 직불금이 가져가 쌀 편중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되다 보니 3㏊ 이상 경작하는 상위 7% 대농이 전체 직불금의 38.4%를 받아 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소득 재분배 기능 강화…과거 수급 실적 요구·3단계로 차등화

개편 공익형 직불제는 소규모 농업인에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하고자 경영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소농 직불금이 기본적인 토대를 이룬다.

여기에 경영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해 이른바 ‘하후상박식’ 면적 직불금이 주어진다. 이 두 가지 직불금이 ‘기본형 공익직불’이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대규모 농가의 경우라도 현재 지급 수준보다 직불금이 감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쌀 편중과 쌀 생산을 부채질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쌀 직불과 밭 직불을 합쳐 모든 작물을 대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

다만 관심을 끄는 지급단가 기준에 대해서는 우량 농지 보전을 위해 △농업진흥지역 내 논·밭 △농업진흥지역 밖의 논 △농업진흥지역 밖의 밭 등 지역에 따라 3단계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또 부정 수급을 막고자 대상 농지와 대상 농업인에 ‘과거 직불금 수급 실적’ 조건을 달 예정이다.

구체적인 직불금의 규모는 앞으로 국회에서 결정될 관련 재정의 크기에 달렸다.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직불금 예산은 2조2000억원 규모인데, 이를 두고 지나친 예산 확대는 어렵다는 여당과 3조원 이상을 주장하는 야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생태 각종 의무 부과…WTO 감축 대상 벗어난 ‘묘수’

공익형 직불제의 또 다른 특징은 직불금 수령 농가에 환경·생태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현행 친환경직불·경관보전직불은 ‘선택형 공익직불’로 유지하고, 기본형 공익직불과 중복 지급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개편 제도에서 도입되는 의무는 기본, 선택, 타(他) 법률 의무로 나뉜다.

기본의무는 기본형 공익직불을 받는 모든 농가가 지켜야 할 의무다. 농지의 형상 유지, 농약 사용 기준 준수, 화학비료 사용 기준 준수, 영농 폐기물 수거·처리 등이다.

선택 의무는 여러 가지 제시된 의무 가운데 농가가 고를 수 있는 의무다. 농약 사용 기준의 절반 미만만 사용하기, 화학비료 절반 미만 사용하기 등이다.

한편, 공익형 직불제는 미국이 요구하는 ‘다음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와 맞물려 우리 농업의 유용한 ‘묘수’로도 주목받고 있다.

개도국 지위가 사라지더라도 공익형 직불금은 감축 대상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얼마든지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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