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첫 선을 보였던 울산프롬나드
과천축제와 개막작부터 프로그램 중복
귀책 명백히 밝혀 다시는 반복 안돼야

▲ 홍영진 문화부장

지난 20일 태화강국가정원에서 첫 선을 보인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은 아쉽게도 태풍(타파)의 영향으로 예정된 3일 일정 중 첫날 프로그램만 선보인 뒤 급하게 마무리됐다. 잠시라도 공연을 본 관람객은 아쉬움을 토로했고, 1년 뒤인 2회 축제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 축제를 준비했던 울산시와 울산문화재단은 둘째, 셋쨋날에 더욱 볼거리가 많았다며 모든 공연을 선보이지 못하고 폐막한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대로 끝났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은 1년을 잘 준비해 내년 축제를 또다시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느닷없이 터졌다.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 프로그램과 흡사한 축제가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과천시에서 ‘과천축제’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두 축제는 포문을 담당하는 개막작이 똑같다. 제목이나 출연진, 내용까지 한치 오차없이 그대로다. 개막작이 같기에 두 축제의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메인화면에서도 똑같은 이미지가 사용된다. 전국 각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와 공연무대에 간간이 같은 출연진과 작품이 올라 갈 순 있어도 불과 일주일 시간 차를 두고 축제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개막작을 이처럼 똑같이 진행한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울산시가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다던 둘째, 셋쨋날 프로그램 역시 상당부분 겹친다. 두 축제 홈페이지 확인 결과 총 36개의 프롬나드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절반에 육박하는 15개 프로그램이 과천축제 홈페이지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과천축제’는 거리예술을 표방한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행사로 알려져있다. 올해로 제23회째다. 과천시장이 이사장인 재단법인 과천축제가 주최하며, 올해 1월 공연예술 전문가인 경기지역 대학교수를 신임감독으로 선임했다. 과천축제는 개·폐막작을 비롯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축제개막 6개월 전 대부분 세팅된다고 한다.

‘울산프롬나트페스티벌’은 울산시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울산문화재단이 수행한다. 시와 문화재단은 첫 프롬나드페스티벌을 위해 지난 3월 서울지역 거리축제 한 프로그래머를 축제감독으로 선임했다. 울산문화재단은 올해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대해 7월 중간보고회 이전에 확정했다고 밝혔다. 프롬나드감독은 과천축제 프로그래머로도 활동한다.

울산광역시와 울산문화재단은 태화강국가정원지정 공식화 이전인 올해 초부터 지정을 전후해 곧바로 팡파레를 터트릴 수 있도록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을 준비해 왔다. ‘프롬나드’는 ‘산책’이라는 뜻이다. 혹자는 한글도시를 표방해 온 울산에서 외국어 축제명이 온당하지 않다고 했지만 시와 재단은 도시의 자부심인 태화강국가정원을 산책하듯 거닐면서 시민들 발길닿는 곳곳마다 퍼포먼스와 거리극 같은 공연예술을 펼치겠다며 약속했다. 국가정원에서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예술의 향연까지 만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반신반의하던 문화예술계와 시민들도 점차 이에 공감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과천축제’가 개막하면서 그토록 장담했던 프롬나드페스티벌의 신선함과 독창성이 의심받고 있다. 두 축제 중 어느쪽이 먼저 기획된 진짜이고, 어느쪽이 아류이자 가짜인지 밝혀야 한다. 어느 개인의 잘못인지, 관리감독에 허점은 없었는지,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귀책사유가 밝혀진다면 누군가는 사죄해야 할 것이다. 명확한 규명과 철저한 반성만이 ‘태화강국가정원에 어울리는 새로운 문화예술축제’를 기대하고 응원한 시민들의 실망감을 회복시킬 수 있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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