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대한민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상륙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처음 확진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18일 연천군, 23일 김포시, 24일 파주시, 인천시 강화군 등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아직 초창기이긴 하지만 퍼져나가는 속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주로 멧돼지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4~19일 정도의 잠복기를 가졌으며 돼지에 대해 급성형 질병의 경우 100%의 치사율(만성형 질병의 치사율은 20% 이하)을 가진 무서운 전염병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또한 사람이 사육하는 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취약하지만, 병을 옮기는 숙주 역할을 하는 멧돼지는 병이 걸려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계속 병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에 걸려 죽는 개체와 병을 옮기는 개체가 다른 최악의 전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이슈가 된 병이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후 1957년 포르투갈, 스페인 등지로 번졌고 해당 국가들은 이 전염병을 잡기 위해 30년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1년 전부터는 중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고 올해 5월에는 북한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휴전선 인근 지역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을 보았을 때 북한으로부터 해당 질병이 옮겨온 것이라는 추론도 무리가 아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급격한 전파는 수 년 전 메르스 사태만큼 심각한 사태이다. 정부 방역 당국 등에서 해당 질병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양돈 산업은 총체적 붕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진 1년만에 돼지고기 가격이 50%나 올랐고, 돼지고기가 부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도 해당 질병의 전파가 진행 중인 상태라 사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전염성 질병은 초반 대처가 중요하다. 단순한 집중 방역만으로는 부족하다. 잠복기 기간을 고려한 발병 지역에 대한 인적·물적 교류(양돈 관련 차량) 제한, 멧돼지 및 발병 지역 돼지 농가에 대한 살처분 고려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국가적 위기 사태로 간주하고 안일한 대응보다 차라리 과잉대응을 하는게 낫다. 선진국 사례를 조사하고 전문가 자문을 구해 추가적 확산 방지와 조기 진압을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언론 보도를 통해 질병 현황을 공유할 것이 아니라, 정부 당국은 발병 현황을 온라인 상황판 등에 공유하여 축산 관계자를 포함한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병을 수출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당국과도 소통하여 북한 내의 전염병 진행 상황을 공유받아야 한다.

한국 주요 먹거리 산업의 완전 붕괴라는 국가적 대재앙을 조기 진압해야한다는 경각심을 바탕으로 국민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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