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군사원조 의혹 전격 조사
현직 대통령-유력주자 정면충돌
민주 장악 하원서 탄핵 당해도
공화 과반 상원 통과 쉽지 않아

▲ 24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부당한 통화를 통해 헌법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탄핵당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명운을 건 선거전에 나선 가운데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전격 돌입함에 따라 ‘트럼프 탄핵론’이 메가톤급 뇌관으로 부상, 미 대선 정국이 격랑 속으로 급격히 빠져들게 됐다.

특히 이번 탄핵 추진은 ‘현직 대통령 대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의 정면충돌 구도를 띠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탄핵 추진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탄핵 조사 개시 발표는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다자외교무대인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한 날 이뤄졌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부당한 통화를 통해 취임 선서 및 헌법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비공개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해선 안 된다”며 “이는 당파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의 고결성과 법의 통치에 대한 존중, 헌법 수호에 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 며칠 전 군사원조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시인, ‘조사 외압’ 의혹을 증폭시킨지 몇시간 만에 열린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취임 선서에 대한 배반” “국가안보에 대한 배반” “선거의 고결성에 대한 배반”이라고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상모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조력을 시도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나는 오늘 하원이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을 발표하며 6개의 상임위가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고 밝혔다. 법사위가 이번 조사를 전체적으로 관장하게 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탄핵 추진의 부작용 등을 감안해 신중론을 견지해왔으나 이번 의혹의 파문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전격 선회했다.

펠로시 의장이 마음을 바꾼 것은 진영 내 의견 수렴을 거쳐 이뤄졌으며 며칠사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탄핵 여론이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WP는 하원 민주당 의원 235명 중 탄핵 추진에 찬성하는 의원이 16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고 미언론이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하라고 거듭 요구했으며,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우크라이나 측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 탄핵 절차는 하원의 탄핵 조사를 거쳐 탄핵소추안이 제출돼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면 상원에서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원에서 심리를 거쳐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은 탄핵을 당한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어 탄핵안의 하원 통과가 이뤄지더라도 상원 문턱까지 넘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 공모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로 취임 이래 약 2년간 발목이 잡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난 4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수사 결과 보고서 공개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으며 탄핵론을 털어낸 지 5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또다시 탄핵론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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