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석유 시설 피격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가 예정대로 IPO를 진행하는 한편 공모액을 기존 계획의 2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24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람코가 지분의 5%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하려던 기존 계획을 지분의 10%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석유 시설 피격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원대한 계획이 좌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애초 아람코는 올해와 내년 각각 지분 1%를 사우디 국내 증시에 상장하고 지분 약 3%는 해외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해외 증시로는 일본 도쿄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사우디 정부의 고위급 고문은 “왕세자는 거기서 멈추길 원치 않는다”며 “그는 우선 지분의 5%를 상장한 후 1년이나 2년 뒤 추가로 5%를 상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아람코의 IPO 공모액 확대 논의는 사우디 왕가와 정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손된 시설의 원상복구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인 데다 이번 피격으로 아람코의 기업가치 하향조정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아람코가 IPO 규모 확대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사우디 정부의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우디 정부로서는 아람코의 IPO로 조달하는 금액이 사회·경제·군사적 부문의 개혁을 위해 필수적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메가시티 프로젝트 ‘네옴’에 드는 비용만 해도 5000억달러(597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아람코의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반응도 IPO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가 희망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2조달러(2391조8000억원) 이상이지만 시장에서는 1조5000억달러(1793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2조달러로 평가될 경우, 지분의 10%를 상장하면 아람코는 알리바바가 조달한 역대 최대 규모인 250억달러(29조9000억원)의 8배에 해당하는 약 2000억달러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람코가 1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더라도 공모액을 5%에서 10%로 확대하면 사우디 정부의 목표액인 1000억달러(119조6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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