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총리·이해찬, 일제히 ‘檢때리기’
검찰, 원론적 대응속 “수사압력 본질”

▲ 조국, 현장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 연합뉴스

대통령 메시지에 민주 “전적 공감” vs 한국당 “겁박한 것” 
‘통화 논란’ 두고 민주당 “野-檢 내통”·한국당 “曺 탄핵” 
한국·바른미래, 탄핵소추안 발의 추진…정의·대안정치 ‘불참’ 입장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던 현장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7일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이다. 

여야가 각각 ‘검찰과 야당의 내통’, ‘조국 직권남용’ 프레임으로 대치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의 조 장관 일가 수사에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청와대와 검찰간에도 갈등구도가 조성되고 있다. 

조 장관의 진퇴를 놓고 여야가 전면적으로 맞붙은 ‘조국 정국’은 민주당 대 한국당·검찰의 정면 충돌, 검찰개혁, 조 장관 탄핵 추진 등이 실타래처럼 얽히며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고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언급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3시께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날 대통령 메시지를 촉발한 배경에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압수수색 담당 검사의 통화 논란에 대해서는 “본질은 수사압력 사건”이라며 청와대와 여권의 공세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대검은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의 통화에 대해 이날 오전 간부회의 등 자리를 통해 “본질은 수사기밀 또는 피의사실 유출이 아닌 ’수사압력‘ 사건”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함께, 여권은 일제히 ‘검찰 때리기’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11시간이나 압수수색이 계속됐다고 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권력을 집행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깊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의원의 통화 사실 공개에 대해 “단순히 피의사실 유출이 아니고 (검찰과) 내통한 것”이라며 “검찰에서는 철저하게 조사해 수사과정을 알려준 장본인을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야당과 내통하는 정치검사가 있다면 즉시 색출해 사법처리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공식 요구하면서 “합당한 조치가 없다면 부득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말을 엄중히 새겨야 할 것”이라며 “수사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진행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피의사실 공표나 공무상 기밀 누설과 같은 위법행위가 없는지 엄격히 살펴야 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제1·2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직권을 남용했다’며 조 장관에 대한 탄핵 공조를 추진하는 한편, 여권이 ‘검찰에 대한 겁박’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에 대한 탄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빨리 파면해야 한다”며 “장관 탄핵이라는 불미스러운 혼란이 오기 전에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직권남용이자 수사 외압이고, 검찰 탄압이고, 법질서 와해·왜곡 공작”이라며 “본인이 유리할 땐 장관이고, 불리할 땐 가장인가. 공적 의식도, 공적 마인드도 하나도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검찰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및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조 장관을 고발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개혁 주체라며 겁박에 나섰다”며 “검찰의 조국 수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의 명령이며, 국민은 검찰의 소신 있고 중립적인 수사를 응원하고 있다. 검찰은 결코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문 대통령의 목소리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날 ‘조국 규탄’ 의원총회를 열고 조 장관 퇴진을 압박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해임건의안부터 먼저 제출하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적당한 시점을 조율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원내대표 책임하에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탄핵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전에 문 대통령은 장관 임명 철회를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서는 김수민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은 또 다른 외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제1·2야당이 ‘조국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실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가능성은 미지수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발의는 재적의원 3분의 1(99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만으로 가능하지만, 본회의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149명)의 찬성이 있어야 해 다른 야당의 동참이 필요하다. 

당장 정의당은 탄핵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조 장관의 통화는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전후 사정을 무시한 정치공세에 불과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원 10명이 활동하는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역시 장정숙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대안정치연대는 줄곧 조 장관 사퇴를 주장해왔지만, 한국당과는 어떠한 형태의 연대도 할 생각이 없다”며 탄핵 불참 의사를 확고히 했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공세”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와 관련한 국회 차원의 전수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원내 1당이자 여당인 민주당이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 들자 원내 2당인 한국당이 즉각 호응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장관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의 자녀 입시와 관련해서 교육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자녀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논문 제출이나 부적절한 교과 외 활동 등에 대한 사항에 대해 전수조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은 ‘거리낄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여당의 제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우리도 찬성한다. 다만 이것이 조국 물타기용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고위공직자 자녀에 대한 입시 문제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에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검증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감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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