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희 (사)문화도시울산포럼 부이사장

태화강이 대한민국 국가정원에 지정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태화강은 울산이 대도시를 형성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준 젖줄이면서, 산업화의 성공을 이끈 상징이기도 하다. 눈부신 산업화의 이면에 환경오염으로 인해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생태하천으로 변모한 기적의 강이다. 태화강 지방정원이 국가정원에 지정된 것은 태화강이 갖춘 자연생태학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하천에 형성된 국내 유일의 십리대숲과 철새 서식지, 다양한 동식물의 보고 등 인공적인 정원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자연정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가치를 갖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가정원 지정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이다. 태화강은 공해도시 울산을 생태도시 이미지로 탈바꿈시켰으며, 이제부터는 울산만의 자연과 산업, 문화의 공존을 어떻게 국가정원에 담아내느냐가 과제로 떠올랐다. 울산시는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태화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시민의 꿈 태화강 만들기’라는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녹색문화유산 태화강, 도시재생과 연계한 태화강, 생태정원 태화강, 놀고 싶은 태화강, 사통팔달의 길 태화강 등 5대 전략과 40개 사업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시립미술관과 태화강을 연계하는 ‘미술관 가는 길 조성사업’, 울산교 ‘배달의 다리’ 조성사업, 태화강 백리길 자원화, 태화강 랜드마크 조성 등이다. 내년부터 2040년까지 20년간 추진할 이 프로젝트에는 4218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한 울산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태화강은 그 동안 자연생태 중심으로 관리되어 오면서 하천 외적인 요소, 이를테면 역사문화와 공공성, 관광, 접근성 등이 부각되지 않았다. 또한 태화강의 생태하천 부활이 실질적으로 지역경제와 연계할 수 있는 비전과 계획이 부족했다. 지금이야말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역사문화를 연계하고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지속적으로 생태관광도시를 홍보하고, 산업과 문화예술을 연계해 새로운 관광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다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계획들은 보다 심층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정원 지정 이후 현재 무료인 관람료를 유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시는 국가정원 유료화 전환에 대해 검토 용역을 실시하고 있는데, 태화강을 생태하천으로 되돌리기까지 함께 노력한 시민들의 땀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일방적이고 성급한 유료화는 안될 것이다. 이보다는 단계적으로 산업과 생태, 문화예술 등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홍보관 또는 전시관을 설치해 울타리없는 제한적 유료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다.

태화루 절벽 아래의 산책로 설치를 둘러싸고 찬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태화강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울산 최고의 관광지로 떠오른 국가정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구 원도심이 단절되어 있는 점은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국가정원에서 원도심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없어 이동이 불편하고 관광과 지역상권 활성화가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태화루의 풍광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단절된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는 친환경공법의 힐링 산책로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구와 남구를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교량인 울산교에 노천카페 형식의 테마거리를 만드는 ‘배달의 거리’ 조성사업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는 울산교에서 간단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거리 공연과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운영에 허점이 생길 경우 본래의 취지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태화강 백리대숲 사업의 성공적 추진은 십리대숲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로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이제 울산만의 정원이 아닌,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정원이 되었다. 울산은 이를 계기로 산업과 문화를 아우르는 관광도시로 성장해야 하며, 단순히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머물며 즐기는 체류형 관광을 목표로 경제적 효과까지 누려야 한다. 국가정원 지정 이후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에 따라 울산의 새로운 도약에 성패가 갈릴 것이다.

한봉희 (사)문화도시울산포럼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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