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지난 25일 울산에서 개최된 국내 유일 항만안전 컨퍼런스인 ‘울산항 항만안전 국제컨퍼런스’의 시작과 끝은 ‘각별한 안전의식과 항만시설에 대한 이해도 향상, 안전대응책 수립’이었다. 행사의 첫 포문을 연 기관단체장의 환영사에서도 “울산항이 타 항만에 비해 위험화물 비중이 높아 안전에 대한 각별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고, 강연 곳곳에서도 “대규모 복합사고가 증가될 수 있어 대응책이 필요하다” “울산지역 항만은 타 지역보다 액체위험물 취급 물동량이 많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취급하는 액체 위험물의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항만시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해외 유수의 위험물 안전관리 전문단체 관계자들까지 초청해 선진화된 항만 안전관리 방안을 엿볼 정도로 전국 최대 위험화물 취급항만으로 울산형 안전방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분위기가 읽힌다.

울산항은 연간 2억t의 물동량 중 약 80%인 1억6000만t이 원유, 석유정제품 등 액체화물일 정도로 위험물질 취급비중이 높은 항만이다. 울산항 배후권역에는 위험물 저장탱크 시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산업단지에 메이저급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들이 울산항을 주요 수출루트로 삼고 기업활동을 펼친다. 울산항에는 연간 2만3000여척의 선박이 드나든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석유정제품 운반선이 1만900여척으로 가장 많고, 케미칼운반선(4200척), LNG·LPG 운반선(1200척), 원유운반선(620척) 등 위험물 취급선박의 통항비율이 높다.

선박도 갈수록 대형화 추세다. 안그래도 좁은 항세에다 동북아 오일허브, 신항만 건설 등 굵직굵직한 항만건설 사업까지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항내 위험도와 혼잡도가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배가 항만의 사정으로 12시간 이상 입항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체선율도 여전히 2%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부 특정화물 취급부두 체선율은 두자리수가 넘는다. 항만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는 얘기다.

앞으로 해양관광이 보다 활성화되고 울산앞바다에서의 해상풍력이나 크루즈 사업도 구체화되면 항만 내 안전문제는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울산항의 특성을 고려하면 선박과 선박간 사고나 해상·육상에서의 항만사고 개연성이 높은게 현실이다. “‘산업재해 보고 시스템’과 ‘위험요인 개선시스템’을 통합한 ‘울산항 사고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도 울산항의 사고예방과 안전문화 향상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이번 컨퍼런스 한 강연자가 제시한 울산항의 안전한 하역작업 개선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는 전국 최대 액체허브항인 울산항이 글로벌 최대 안전항만으로 ‘퀀텀점프(대약진)’를 노려야 할 때다. 안전이 담보된 항만에 해외 유수의 화주와 선사, 서비스 업체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액체허브항이란 타이틀을 넘어, 최대 안전항만으로 ‘액체 메가포트’로 도약하는데 항만당국과 이용자가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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