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에서 청정국가였던 우리나라도 상반기는 잘 버텨냈으나 결국 경기 파주시의 최초 발생 농가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두 번째 발생이 발표되는 확산조짐을 보이자 돼지농가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ASF는 돼지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돼지콜레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돼지의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전파성이 강하고 폐사율이 100%에 이를 정도로 높다. ASF에 걸린 돼지들은 고열에 이은 출혈로 대부분 열흘 안에 목숨을 잃게 된다.

ASF는 전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일부에서는 완전히 박멸되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되어 지금까지 약 1억5000만 마리를 살처분한 탓에 1년사이 중국내 돼지고기 값은 47%나 올랐다.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1인당 연간 40㎏의 돼지고기를 소비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가적 재난상황이라 할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 돼지 350만 마리를 살처분한 뒤에야 확산의 기세를 잡았던 2011년 구제역 사태의 악몽 또한 떠오른다. 구제역이나 ASF와 같은 가축질병은 몇 농가의 피해를 넘어 국가적인 재난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국가와 국민 전체가 방역 당국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ASF 발생으로 정육점과 전통시장, 외식업계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질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공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물론 재고 확보가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경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ASF 발병 첫 날인 17일 수도권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격은 1㎏당 6000원 이상으로 하루만에 30% 넘게 급등했다. 이틀 뒤인 19일 거래가 재개되고 도축물량이 늘어나면서 1㎏당 5842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발병이전 대비로는 여전히 28% 높은 수준이다.

가격도 문제지만 관련업계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인체 감염 위험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섭취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에도 돼지고기 기피현상이 확산되어 축산업계와 외식업계 및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더욱이 최근 심각한 경기불황에 주52시간제 등을 이유로 외식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손님들이 더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ASF는 돼지에게만 감염되며 사람에게는 감염 및 전염되지 않는 질병이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람이 ASF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으며, 독일 농식품부 산하 연구기관인 ‘독일연방 위험평가연구소’에 따르면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인체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국내에 유통되는 돼지고기는 도축장에서 검사하여 질병에 감염되지 않은 것만 시중에 공급되므로 평소와 마찬가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조류독감 때처럼 근거없고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소문이 기피현상을 확산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내 우리의 이웃이자 지역경제의 한 축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지 않길 바란다. 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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