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환원·차등세율에 수요 줄어도
일부 슈퍼마켓 영업전 소비자 줄서고
가전제품 매출액 전년동기比 4배 증가

▲ 지난 9월23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한 매장에서 운영자가 소비세 인상에 대비해 가격표를 교체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에서 5년 6개월 만의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막판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현행 8%인 소비세율이 10월1일 10%로 오르기 전 마지막 주말인 28~29일 일본 주요 소매점은 세금이 오르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두라며 판촉에 나섰고 소비자들은 사재기 쇼핑에 나섰다. 주류, 화장품, 귀금속, 시계 가전제품 등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 도심의 백화점인 마쓰야긴자(松屋銀座)의 보석판매점은 이번 달 보석·시계 매출이 지난해 9월의 2배 수준에 달했으며 특히 관혼상제 때 활용도가 높은 진주 장신구가 잘 팔렸다.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한 가전제품 전문점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매출액이 전년 동기의 4배로 뛰었고, 냉장고나 세탁기 매출액은 1년 전의 2배를 웃돌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도쿄 아다치(足立)구의 한 슈퍼마켓은 주류를 포함해 전 품목을 5% 할인 판매하는 등 사재기 수요를 겨냥해 영업했고 오전 9시 개점 전부터 소비자 50여명이 가게 앞에 늘어섰다.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시의 백화점 ‘카와토크’에서는 화장품·의류 판매장이 손님들로 붐볐다. 27~28일 이틀간 이 백화점의 전체 매출액은 1년 전의 약 2.2배 수준이었다.

일본 식품업체들은 신년 음식인 ‘오세치(御節) 요리’를 증세 전에 주문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발 빠르게 예약 판매를 하는 등 증세 마케팅에 힘을 썼다. 다만 세금 인상을 앞둔 사재기 수요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2014년 4월 직전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요미우리는 소비 심리 자체가 약해진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판매 위축을 우려해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금액에 변화가 없도록 세전 가격을 인하하는 업체도 있다.

증세와 더불어 무현금 거래에 대해 지급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과 필수품은 세율을 8%로 차등 적용하는 ‘경감세율’ 등을 함께 시행할 예정이라서 사재기 수요가 예전보다 덜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포인트 환원과 경감세율은 적용 대상이나 조건 등이 복잡해 소비자나 판매자가 이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의 경우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경감세율 대상이라서 소비세율 8%가 적용되지만, 식당에서 먹는 경우 10%를 적용한다.

배달음식은 8%를 적용하지만, 출장요리는 식당에서 먹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세금 10%를 매기는 등 요건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원칙은 이렇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업체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쇠고기덮밥 체인점 요시노야, 패밀리레스토랑 가스토, 햄버거 체인 모스버거 등은 매장에서 먹을 때와 테이크 아웃일 때 소비세를 달리 적용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도 달라진다.

반면 마쓰야(松屋)와 같은 체인점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가격에 차이가 없도록 매장에서 먹을 때와 테이크 아웃을 하는 경우의 음식 자체 가격(세금 제외)을 차등 설정하기로 했다. 일부 업체는 주력 메뉴에 대해서만 매장 내 식사와 테이크 아웃의 세포함 가격을 통일하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소비세 인상에 따라 가격 체계가 매우 복잡해진다. 주류는 경감세율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문도 경감세율 적용대상이지만 이는 정기구독에 한정되며 가판대에서 사거나 인터넷판을 보는 경우는 세율이 10%로 오른다.

포인트 환원도 요건이 복잡하다. 신용카드, 직불카드, 전자화폐, 스마트폰 결제 등으로 현금 없이 구매하는 경우 지급액의 2~5%를 포인트 형식으로 돌려주는 제도인데 경제산업성에 신청한 점포가 대상이다.

중소 점포인 경우 환원율이 5%이고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업체는 2%이며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환원 제도 신청을 하지 않은 중소 점포는 포인트 환급을 하지 않는다. 또 대금 결제를 둘러싸고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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