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정주여건의 중요한 기준이 돼가고 있다. 대기가 뿌옇게 흐려진 날이면 어디론가 공기 맑은 지역으로 옮겨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대로 가다간 ‘일자리’ 못지 않게 ‘미세먼지’가 울산지역 인구 감소의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인데 어디를 가겠냐고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지역마다 미세먼지 발생량도 다르거니와 미세먼지의 유해성도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 유해물질의 엄중한 관리는 ‘살기좋은 도시’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팀이 1일 발표한 ‘울산지역 대기 중 신종 유해물질 분포도’에 따르면 부산·도쿄·베이징 등 인접도시들에 비해 유해물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교수가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신종유해물질이다. 울산지역 20개 지점에서 수동대기채취기를 이용해 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관리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13종을 비롯해 신종 유해물질인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 35종이 파악됐다. Halo-PAHs에 대한 대기측정은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Halo-PAHs에 대한 대기 기준이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PAHs에 염소(CI)나 브롬(Br) 등이 결합해 독성이 증가한 물질로 발암성이 확인돼 엄중한 관리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연료사용이나 산업활동 중에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번 조사에서도 산업단지 인근에서 배출됐다. 신종유해물질을 포함하면 산업단지 대기 위해성이 26%나 높아졌다는 것이 최교수의 설명이다. 울산시민들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수십년동안 우리나라 대표적 공해도시에서 살아왔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불과 몇년 전에야 겨우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떨쳤고 이제 도심 한가운데 아름다운 국가정원을 가진 도시로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또다시 대기 중 독성물질로 인해 공해 도시로 낙인 찍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공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교수는 “이번 연구가 울산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도 독성이 높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밀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다. 울산시는 하루빨리 정확한 근거를 확보해서 정부의 대기오염 기준 강화와 국가공단의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엄중한 관리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산·강·바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라는 자긍심은 깨끗한 대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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