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선포식이 난관에 봉착했다. 울산시가 오는 18일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선포식 행사를 갖기로 했으나 중구축구연합회가 기존의 축구장을 주차장으로 바꾸면 축구인들이 당장 갈 곳이 없어진다며 태화십리대밭 축구장을 막아선 것이다. 국가정원 선포식이 다가오는 와중에 울산시는 급한대로 A축구장에 주차면을 긋고 주차장으로 활용한다고 하지만 축구연합회는 축구장 앞에서 천막 농성도 불사할 태세다.

십리대밭 축구장은 지난 2011년 중구청이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십리대밭 축구장은 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시설이 됐다. 이 축구장은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인근 식당가에는 매출증대에도 적잖이 기여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울산시의회에서는 앞으로 국가정원이 지정되면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질 것이라면서 축구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울산시도 이 제안을 받아들여 4개 축구장을 주차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실 태화강 국가정원 인근에는 차를 주차할 공간이 거의 없다. 동강병원 인근에서 태화동먹거리단지까지 주차장이 조성돼 있지만, 국가정원을 끼고 있는 중구·남구의 상설주차장은 모두 1780면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음식점 손님들이 차지한 주차장을 빼면 관광객들에게 돌아가는 주차면수는 몇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순천만 국가정원에는 상설주차장 3687면, 대형버스 주차장 170면이 확보돼 있다. 그렇게 볼 때 태화강 국가정원의 주차장은 최소 두배쯤은 더 확보해야 맞다. 울산시의회가 국가정원과 바로 인접해 있는 십리대숲 축구장을 주차장으로 바꾸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울산발전연구원 유영준 박사에 따르면 국가정원의 10년간 경제적 효과는 무려 8998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고용효과까지 합하면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중구축구연합회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아무리 국가정원이라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축구장을 갑자기 주차장으로 바꾸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울산시와 중구는 별도로 2개 축구장을 조성해주겠다고 하지만 이렇다할 기약은 없다. 축구인들에게 2~3년 동안 기다리게 하는 것 그 자체가 고역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없이 기다리게 하는 방법 말고 보다 명확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달리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100만 울산시민들이 학수고대하던 국가정원 선포식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는가. 축구인들과 울산시간의 교감과 대화, 소통이 끊임없이 이뤄지다보면 분명하게 답은 나오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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