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태가 작금의 관광 트렌드
울산도 문화 관광지로 변화할 시점
철저한 준비로 문화 토양 다져야

▲ 현숙희 무용가·전 영산대 초빙교수

2016년 10월로 기억된다.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거리예술행사에 현장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공연은 서면 동천로에서 이뤄졌다. 부산문화재단이 창의적인 거리예술 콘텐츠를 지원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선정한 5개 단체 중 그날은 3개 단체가 참여했다.

한 공연단체는 풍물과 스트리트댄스, 마임이 결합된 융복합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국악과 스트리트댄스의 절묘한 조화가 군중 속에서 빛났다. 서로 장르의 다름을 인정하고 경쟁과 상생으로 거리예술의 새로움을 선사한 것이다. 이안오케스트라는 관객 참여형 뷔페콘서트를 진행했다. 신청하는 곡을 즉석으로 연주하고 희망자를 지휘석에 세우기도 했다. 변화해가는 관객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연주와 시도가 이채로웠다. 다른 한 단체인 퍼포먼스클럽은 조각상 마임과 살아있는 미술관을 진행했다. 예술적 조각동상과 퍼포먼스의 조화에서 나오는 이미지로 정서적 자극을 유발시키고 함께 하고픈 흡입적 분위기를 조성시켰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시민들로 인해 사업자체의 만족도 평가도 높게 나왔다.

1년 후 2017년 지역문화예술특성화 지원사업 서류심의를 위해 재단을 다시 방문했을 때 진일보된 거리예술의 형태를 만날 수 있었다. 도심생태하천을 배경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와 생물의 다양성 문제를 예술의 언어로 접근하는 단체, 역사적인 여러 연결통로를 구현하는 동시에 그 궤적을 중첩시키는, 장전 지하철역에서 부산대 지하철역까지 옮겨가는 이동형 미디어퍼포먼스단체, 부산의 대표적 무형문화재 수영야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공감을 끌어주는 지역 밀착형 단체까지. 심의하는 내내 울산에서도 지역환경밀착형, 지역역사밀착형, 지역문화밀착형 거리예술제가 확대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거리예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공연문화예술축제는 과천축제라고 한다. 1997년 경기 과천 세계마당극 큰잔치에서 출발해 2013년 과천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9과천축제는 ‘우리, 다시!’라는 주제로 지난 9월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또 서울거리예술축제도 있다. 하이서울페스티벌로 출발해 2013년부터 거리예술 장르로 특화된 서울시의 대표 축제다. 올해는 10월3일부터 6일까지 서울의 주요거리 곳곳에서 진행된다. 거리예술분야에서 아시아 최대규모다. 지난해는 4일동안 국내외 46개 작품을 통해 88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렸다고 한다.

올해 울산도 거리예술을 표방한 프롬나드페스티벌을 9월20일부터 3일간 펼치기로 했었다. 아름다운 태화강국가정원을 거닐면서 시민과 함께 울산의 오늘과 내일을 공중공연, 서커스, 거리극, 거리무용 등으로 풀어보자는 행사였다. 프랑스, 호주, 영국, 스페인 등 9개국 35개팀의 다양한 공연이 준비돼 있었으나 아쉽게도 태풍 때문에 20일 하루만 진행됐다. 그런데 취소된 이틀의 공연 중 다수가 과천거리예술축제와 중복되고 개막작도 같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문득 붉은수수밭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중국의 장예모 감독이 떠올랐다. 그는 왕조가, 판웨와 더불어 중국 소수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와 전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대형 야외 공연작품을 만들어 이들 도시들을 문화관광도시로 변모시켰다. 이들 3인방이 만든 초대형 뮤지컬 ‘인상유삼저’는 중국소수 민족의 미학과 생활의 철저한 연구와 고증을 통해 탄생했다. 5년5개월이란 긴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이 대형 뮤지컬은 관광객들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요즈음의 관광트렌드는 문화·생태관광이다. 비일상성으로 문화적 감동을 제공하고 경제적 이익도 창출한다는 것이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문화가 창조적 상상력을 만날 때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대다. 울산도 지금의 축제들로 세계적인 문화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외 공연이건, 거리예술축제건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를 새롭게 만들 때는 도시의 문화적 토양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단단하고도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울산의 문화 속에 새로운 것을 발전시키려는 울산 이해와 울산 사랑이 절실하다. 현숙희 무용가·전 영산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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