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울산 염포부두 석유화학제품운반선 폭발 사고 현장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의로운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119구조대원과 해양경찰관들이었다. 이들의 사투 덕분에 46명의 생명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나의 목숨을 내놓고 남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정의감과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고는 불운이었지만, 아직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28일 이재영 소방사와 김동순 소방장은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선원 24명이 구조보트를 타고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부두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볼라드(말뚝)이 있어야 하는데 보트를 묶을 장비는 하나도 없었다. 엄청난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2명의 구조대원은 스스로 인간 볼라드가 됐다. 부두 끄트머리에서 보트와 자신을 연결하는 로프를 몸에 묶고 선원들은 한명씩 육지로 끌어올렸다. 언제 추가 폭발이 있을지 모른 상황에서 구조대원들이 제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울산항파출소 연안구조정과 경비정도 잇따라 도착했다. 특히 구조대 소속 박철수 경장은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바로 옆에 정박해 있던 바우달리안호에 마지막까지 남아 선원들을 대피시켰다. 해경 구조대원들은 바우달리안호를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분리하기 위해 연이어 폭발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열기가 가득한 선박에 올라 연결된 줄을 절단했다.

이번 폭발사고는 한 마디로 무시무시한 사고였다. 불기둥이 수백m 이상 치솟고 인근 선박에서 2차, 3차 폭발사고가 예견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119구조대원과 해양경찰관들은 이 일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겼다. 박 경장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들어가지 못했던 죄책감이 있었다”며 “만약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앞뒤 안 보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잘 훈련된 기술과 장비 등이 있더라도 희생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희생정신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힘이다. 지금도 홍수나 태풍, 화재, 산악사고 등이 매일 일어나고 있고, 이들 구조대원들은 매일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조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존경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훌륭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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