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태풍 미탁의 영향권에 들면서 낙동강홍수통제소는 2일 오후 11시40분께 태화강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다행히 비가 잦아들면서 3일 오전 2시께 홍수주의보가 해제됐다. 1일부터 3일 오전 7시까지 울산에는 172.5㎜의 비가 내리면서 태화강국가정원은 황톳빛 물로 그득해졌다.

유난히 태풍이 잦다. 올들어 울산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 때면 홍수 걱정은 물론이고 국가정원에 대한 걱정이 하나 더해졌다. 지난달 23일 제17호 타파에 이어 2~3일 제 18호 미탁이 불어닥쳐 태화강국가정원이 물에 잠겼다. 더구나 오는 18일 선포식을 앞두고 있는데 완전한 복구를 위해 갈길이 바빠졌다. 또 제 19호 태풍 히기비스도 10일 발생,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강과 둔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태화강국가정원의 숙명을 출발전부터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국가정원은 공업도시 울산의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순천만에 이어 두번째로 국가가 지정한 정원도시다. ‘공단도시=공해도시’를 완전하게 탈출하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산업도시’로 공인된 것이다. 특정공업지구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었듯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또하나의 성공사례를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울산시에 따르면 태화강국가정원은 둔치 84ha의 면적에 6개 주제 29개 세부 정원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국가정원이 태풍에 의해 범람할 수밖에 없는 강 둔치가 중심이라는 것이다. 선포식을 갖기 전에 찾아온 태풍은 우리에게 태화강국가정원이 강과 둔치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경고를 해주고 있다. 나무와 꽃으로 치장을 하거나 시설물을 새로 짓거나 하는 등으로 꾸미는 것이 소용 없음을 미리 알려준 것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최대한 자연 그대로 내버려둔 듯한 ‘자연형 정원’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관광객들의 볼거리는 알록달록한 정원이 아닌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도심 한가운데 깨끗한 강물이 흐르고, 1급수에 사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이채로운 대숲이 있고, 억새와 부들이 자라고, 드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부족한 것은 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다.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파리 세느강을 찾는 것은 이미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과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가 그들의 가슴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가치있게 하는 아름다움을 품은 노틀담과 루브르가 강변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둔치에서 예술문화행사가 끊이지 않게 하고 강변을 아름다운 공공건축물로 바꾸어 나가는 것, 다시말해 자연형 하천에 새로운 예술과 문화를 입히는 것이 태화강국가정원을 올바로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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