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토목구조대 “지하 용출수가 성토재 밀어…배수 문제 단정 어려워”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 “배수시설 불량…산 정상 개발하면서 생긴 인재”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는 천재지변이었을까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였을까.

우선 산사태의 원인을 단정 짓기 힘들지만,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계곡을 매립한 성토재가 누적된 지하수에 의해 흘러내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119 토목구조대장인 삼원 이앤씨 한상중 대표는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잦은 비로 흙 속의 수분 비율(함수비)이 커진 상황에서 지하수가 용출(압력이 높아지면서 지면 위로 솟구쳐 나오는 현상)돼 매립된 성토재를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산의 원래 땅이 아니라 매립한 땅이 흘러내린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산사태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19 토목구조대는 이러한 1차 조사 의견을 이날 오후 부산시에 전달했다.

구조대는 화력발전부산물로 계곡을 매립한 것은 맞지만 이 부산물이 석탄재인지는 성분분석을 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수 문제는 단정 짓기 힘들어 119토목구조대의 역할에 맡게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조사 의견에 넣어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부·울·경 토목학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119 토목구조대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나가 응급 진단과 복구 자문을 한다. 

기존에는 관청에서 연락이 오면 현장에 나가 자문을 해왔지만, 신속한 복구 지원을 위해 지난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산에서 별도의 구조대를 꾸렸다. 

산사태가 발생한 3일 토목구조대 회원 7명이 현장 조사를 펼쳤다.

한상중 대표는 “119 토목구조대는 2차 피해를 막고 응급 복구를 자문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상황을 시에 전달한다”며 “산사태의 자세한 원인은 앞으로 관청에서 공식 조사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 정상에서 물이 흐르는 계곡을 수십 년 전에 매립한 것으로 보이는데 예비군 훈련장이 들어서면서 매립한 것인지, 어느 정도 매립을 했는지 등은 조사를 해봐야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매립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수십 년 전에 매립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파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 조사에 참여했던 119 토목구조대 박이근 박사는 “군부대 쪽은 전반적으로 배수 시설이 잘돼 있었다”며 “배수 시설이 직접적인 원이라기보다 성토재가 유출되다 보니 아래쪽(마을) 배수시설이 마비된 것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말했다. 

119 토목구조대는 아니지만 이날 현장을 둘러본 산사태 전문가로 알려진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번 산사태를 배수시설 부족에 따른 인재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산 정상을 개발하면서 지형하고 지질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한 것 같다”며 “군부대와 지자체가 배수로를 따로 관리하다 보니 물길이 모이는 지형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배수시설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지를 개발하면서 소관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며 “지하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으며 배수시설 문제로 인해 많은 물이 지반으로 침투하거나 흘러넘친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석탄재가 직접적인 원인은 되지 않는다”며 “지질에 맡게 토목공사로 배수만 잘 되게 했어도 산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 야산은 태풍 미탁이 지나간 3일 오전 9시 5분 산 정상 부근에서 토사와 매립토 등이 산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식당과 주택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주민 4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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