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우고 떠난 이민자들, 침입·압수 막기 위해 관리인 고용

▲ 콜롬비아-에콰도르 국경의 베네수엘라 이민자들[EPA=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오랜 경제난과 정치 혼란 속에 베네수엘라 국민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면서 뜻하지 않게 신종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고국을 등진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빈집을 지켜주는 일이다.

    4일(현지시간) BBC 스페인어판은 집을 비운 채 베네수엘라를 떠난 이들을 위해 집을 대신 관리해주는 직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선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400만 명 이상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났다.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너무 내려간 데다 낯선 세입자를 들이기에도 리스크가 커서 이민자들이 집을 팔거나 세를 놓기보다는 그대로 비워두고 가는 편을 선호한다고 BBC는 전했다.

    그렇다고 마냥 비워두면 침입자가 들어오거나 당국이 압수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빈집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집주인들은 이것이 이민자 주택을 압수하겠다는 위협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민자들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열쇠를 맡기고 현관 앞 우편물을 치우거나 밤에 불을 켜서 사람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빈집 관리업체 '카사 비바'를 설립한 에밀리아나 로메로는 집 한 채를 관리해주고 한 달에 50∼100달러를 받는다. 이 중 일부는 한 달에 두 번 집을 청소해주는 직원이 가져간다.

    빈집을 청소하는 이사벨은 한 달에 열흘 일하고 하루에 5∼7달러를 받는다며 "대학에서 오래 공부한 사람들보다 많이 번다. 그렇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이 돈으로도 살긴 힘들다"고 말했다.

    업체를 이용하는 대신 믿을 만한 이웃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관리를 부탁하기도 한다.

    빈집 외에 이민자들이 두고 간 선박이나, 함께 떠나지 못한 연로한 가족을 대신 돌봐주는 직업도 늘어났다고 로메로는 전했다.

    그는 "임금이 너무 적어 일자리 하나로는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돈 벌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며 "모든 위기마다 기회는 있다"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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