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신문 비판 보도…"어두운 면 외면하고 통계는 입맛대로 가공"
아베, 韓에 차별적 수출규제 가하며 "일본은 자유무역 기수" 주장
문화 다양성 내세우며 '평화의 소녀상' 출품 예술제에 보조금 취소

▲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4일 개원한 임시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개원한 임시국회에서 행한 '소신표명' 연설이 어두운 면을 외면하고 일방적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통계수치를 부풀리는 등 억지스러운 내용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자유무역에 대한 입장, 평화의 소녀상 보조금 취소와 문화 다양성에 관한 주장 등에서는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유체이탈' 화법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신표명 연설은 일본 총리가 임시국회가 시작될 때 본회의에서 당면 정치 과제에 대한 기본입장을 설명하는 연설로, 매년 1월 소집되는 정기국회 때의 내정·외교 전반의 '시정방침 연설'과 구분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제2차 집권 이후 7번째로 행한 이번 소신표명 연설에서 연령에 구애받지 받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역설하면서 70세까지는 취업의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5세를 넘어서 일하고 싶어하는 고령자가 80%에 달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고령자 10명 중 8명꼴로 일자리를 원하는 현실에 맞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도쿄신문의 팩트체크 결과 아베 총리가 인용한 이 통계는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인용한 이 통계는 내각부가 2014년 실시한 고령자 일상생활에 관한 의식조사다.

    당시 전국 60세 이상 남녀 약 3천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몇살까지 일하고 싶은가를 물었는데, '일할 수 있는 한은 언제까지라도'라는 답변이 28.9%, 70세 정도까지가 16.6%, 75세 정도까지가 7.1%, 80세 정도까지가 2.7%의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합하면 55.3%로, 고령자의 80%가 취업을 희망한다고 한 아베 총리의 언급과는 큰 차이가 난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4일 개원한 임시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제 입맛에 맞게 통계를 재가공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내각부는 2014년도 설문 결과를 토대로 2017년판 '고령자사회 백서'를 냈는데, 이때 원래 응답자(3천900명) 가운데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약 1천300명만을 대상으로 표본을 줄여 통계를 다시 뽑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일할 수 있는 한은 언제까지라도' 등 4개 항목의 답변이 79.7%였다.

    내각부는 이를 토대로 고령자의 약 80%가 취업 의사를 갖고 있다고 결론지었는데, 아베 총리가 이번 소신표명 연설에서 거론한 수치가 바로 이 통계로 보인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라는 전제조건을 설명하지 않아 고령자 전체의 80%가 65세를 넘어서까지 일하고 싶어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또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빅스' 성과를 거론하면서 정규 고용이 130만명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제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정규직은 131만명 증가해 아베 총리가 인용한 수치는 사실에 부합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파트타임 근로자 등 비정규직은 훨씬 더 많은 340만명이나 폭증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임원을 제외하고 고용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정규직 비율은 2018년 37.9%로 높아졌다.

    도쿄신문은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실태에 대해 아베 총리가 눈을 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기획 전시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주최 측은 소녀상 전시를 일본 정부가 문제 삼고 우익세력의 협박 전화가 잇따르자 개막 나흘째인 8월 4일부터 기획전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아베 총리의 전날 연설에는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진실이 가려진 내용이 적지 않았다.

    한국을 상대로 차별적인 수출 규제를 가하고 있으면서도 일본이 세계 자유무역을 이끄는 기수(旗手)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일본의 문화적 다양성을 내세웠지만, 일제 위안부 피해자를 표현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국제예술제 '2019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정부 보조금이 취소되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시민의 손에 전국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다케우치 아키라(武內曉) 씨는 "(아베 총리는) 말하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며 분개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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