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마다 행정업무를 볼 수 있는 행정복지센터가 있다. 읍면동사무소의 새이름으로 행정사무만 보는 곳이 아니라 복지기능까지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최근들어 새로 건립되는 행정복지센터는 그 범위를 더 확장, 행정복지타운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읍사무소 기능에다 문화와 복지 기능을 더한 복합건물로 변화하는 중이다. 복잡다기해진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나 행정체계의 변화가 함께 따라가는 건지는 의문이다.

울산에서도 온산읍사무소가 노후화로 인해 신축하면서 온산읍행정복지타운으로 변화할 조짐이다. 대지면적 5056㎡에 연면적 1만3000㎡ 규모로 온산읍행정복지센터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남부종합사회복지관, 가족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이 함께 들어갈 예정이다. 500명 수용 규모의 대강당, 200석짜리 소공연장, 식당 등도 함께 조성된다.

온산행정복지타운은 울산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행정복지타운의 하나다. 체육관·도서관·어린이집·주차장 등 다양한 시설을 한곳에 모으는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사업의 시작이다. 온산행정복지타운 외에 울주군청사, 공관어린이집, 중구 중부도서관 이전, 남구 유수지 복합문화 빙상장, 동구 화정공원 어울림문화센터, 북구 송정복합문화센터 등 20개 시설이 복합화사업에 선정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된다. 이 가운데 온산행정복지타운은 필수시설이나 다름없는 행정·복지·문화의 일원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점점 퇴색돼가는 공동체문화를 되살리는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제는 운용 방식이다. 다양한 문화복지시설들을 한 곳에 몰아놓기는 했으나 행정적으로 연계성 없이 운용되거나 관리부서가 제각각이라면 ‘복합’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읍사무소가 실질적으로 운영의 책임을 맡아야만 복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복합은 ‘독립된 둘 이상의 것이 모여 하나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기능적 연계 없이 단지 하나의 건축물 안에 모아 놓은 것만으로 복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설에 대한 주민 욕구의 반영도 세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복지와 관련된 기구들을 전부 불러들여 놓는다고 해서 복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모여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문적 검토도 필요하고 주민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문화시설에 있어서도 지역실정을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온산과 같은 농어촌지역에 중복성이 있는 대강당과 공연장을 각각 조성하는 것 보다는 작은 도서관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도서관은 남녀노소 모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정도 돌봄기능도 수행할 수 있으므로 공동체문화형성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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