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건립된지 40여년 된 종하체육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스포츠콤플렉스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 센터를 짓는데는 약 1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50~60대 시민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상징적인 시설인 종하체육관은 너무 낡고 오래돼 부지 활용도 제고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 있어 왔다.

울산시가 이 체육관을 허물고 최신식 건물을 짓겠다고 하니 우선 부지 활용도 제고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시설의 쓰임새가 과연 타당한지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시가 내놓은 건축계획을 보면 대부분이 체육시설들로 구성돼 있다. 종하체육관 부지는 인구밀집도가 매우 높은 금싸라기 땅이다. 그런만큼 좀 더 유연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민들은 그 동안 복리증진을 위해 종하체육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체육과 문화 등을 함께 갖춘 시설을 짓자는 주장을 해왔다. 이 가운데 송철호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이를 공약사업으로 채택했다. 울산시는 이 시설의 용도를 ‘스포츠콤플렉스센터’로 규정하고 그 비전을 ‘동계스포츠 시설 인프라 확충 및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저변확대’로 정했다. 건축규모는 연면적 3만310㎡, 지하 2층 지상 5층, 주차장 424대 등이다. 그 내부에는 아이스링크장(4650㎡), 체육회관(5250㎡), 선수촌(3500㎡), 체육관(5300㎡), 야외운동장, 잔디광장, 휴게마당 등이 있다.

그런데 타당성 조사 용역을 들여다보면 ‘문화’의 개념은 없고 대부분이 체육과 관련된 시설들이다. 울산시는 앞으로 발주할 이 용역에서 이 건물의 이름을 가칭 ‘종하 문화·체육복합센터’로 잡아놓고 있다. 그러나 말이 ‘문화·체육복합센터’이지 동계스포츠 시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울산시민들의 기억 속의 종하체육관은 체육시설이면서도 문화시설이다.

옛날에는 종하체육관 한 건물에서 체육행사가 열리고 문화·예술 행사도 열렸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 문화체육복합센터로 뭉뚱거릴 수가 없게 됐다. 계획대로 체육시설로만 채워진다면 지역문화계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일이다. 울산지역 문화·예술계는 아직도 공연장이 부족하고 연습실이 없어 애로를 겪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요조사를 더 신중하게 하고 용역을 하기 전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토론회를 개최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난 뒤에 용역을 해도 늦지 않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