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진흥은 미래 위한 투자
작은 도서관 지원 등 늘리고
릴레이 독서행사도 생각해야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훌륭한 리더(Leader)가 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이에는 인성적인 측면과 업무처리능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업무능력에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과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며, 위기관리능력 또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폭 넓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할 것이며, 이 중 지식은 학교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과 함께 독서와 각종 IT기기를 통해서 습득할 수 있다.

한편, 인지신경학자이자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 ‘매리언 울프’는 “무차별적인 정보를 가볍게 읽는 것은 단지 ‘오락’일 뿐 깊이 읽기도, 깊은 사고력도 증진할 수 없다” “디지털 읽기만 계속하면 종이책을 읽을 때 구축된 뇌의 ‘깊이 읽기 회로’가 사라지고, 깊이 읽기의 성과물인 비판적 사고, 공감과 이해 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바로 책 읽기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리더가 아니라도 독서의 필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선박 없이 해전에서 이길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라고까지 했다.

그러면 이렇게 중요한 책을 한국인은 얼마나 읽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 수험서, 잡지, 만화 등 제외)를 1권이라도 읽은 사람 비율이 성인 60%, 학생 92%로 나타났다. 즉, 성인 40%가 한 권도 안 읽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고 4차산업혁명시대의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민소득만 높아진다고 선진국 국민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민 개개인의 노력은 물론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기업. 단체 등 많은 주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먼저 어릴 때부터 책 읽기가 습관화되도록 해야 한다. 어릴 때의 독서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 현실적으로도 각종 시험의 지문이 길고 난해해져서 독해력이 부족하면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모들부터 책을 읽으면서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며, 각급 학교의 독서진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다음은 지역별 작은 도서관을 확대하고 기존 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키운 것은 어릴 적 마을의 도서관이다”고 했다. 쉽게 접할 수 있어야 책을 잡게 되지 멀리 있으면 어려워진다. 시립·구립 등 큰 도서관은 분야별 전문도서 위주로 하고 일반 교양도서는 접근성이 좋은 지역별 작은 도서관에 비치해야 할 것이며, 주민자치센터의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존 소규모 도서관에 도서를 구입해서 지원하고, 도서관간 책을 상호 교환해서 활용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각 기관 및 기업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 울산시와 구·군의 많은 예산 중에 시민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예산이 얼마나 될까?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요불급한 예산 중의 일부만 돌려도 도서관 확대나 책 구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경상일보에서 지난 4월부터 ‘책 읽는 울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공연이나 체육행사가 많은 언론기관들의 다른 사업들과 비교해 볼 때 정말 높게 평가할 만한 아이템인데, 문제는 이 좋은 사업에 울산시와 구·군의 지원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독서 진흥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스런 일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별로도 직원들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릴레이 독서나 독서 토론회 등의 시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철학의 거장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는 “인류문화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한 국가로 영·프·독·미·일을 들 수 있는데 그 나라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국민의 다수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고 했다. 적극 공감하면서 필자 자신도 부끄러워진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말라가는 우리의 지식 항아리에 새로운 물을 채워 넣어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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