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시행 1~6년 더 유예”…市 “불가”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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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불법과 위법으로 운영중이던 농수산물도매시장 소매시장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큰 진통을 겪고 있다. 공유재산법 위반으로 담당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은데다, 엄격하게 금지한 불법 전매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 몰린 울산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초강수를 두고있는 반면 상인들은 생계를 위협하는 조치로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어 정면충돌이 우려된다.

기존 상인에 우선권 주던 임대계약방식 공정성 논란
일부 상인들 불법 임대행위로 검·경수사까지 진행
市 1년간 유예기간후 오는 12월 전 입찰 마무리 계획
상인측 올초 화재피해 이유 연장 요구, 실력행사 예고

◇쟁점은 수의계약→공개입찰 전환

9일 울산시에 따르면 양쪽의 쟁점은 소매시장 점포의 임대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입찰방식으로 전환하는데 있다. 소매시장은 수산소매동과, 청과소매동 2개로 구성돼 있다. 점포수는 수산소매동 74개, 청과소매동 71개 등 총 145개다. 시가 수의계약 방식을 도입하게 된 배경은 199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개장했지만 소매시장에서 장사하려는 상인은 거의 없었다.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고, 허허벌판에 인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궁리 끝에 울산시는 중구 역전시장 상인들의 소매시장 진입을 유도했다. 당시 역전시장은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철거 수순을 밟고 있었던 터라, 소매시장은 자연스럽게 채워졌다. 당시 소매동은 경쟁이 없는데다 당시 관행상, 수의계약 방식을 채택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수의계약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졌다. 시는 기존 상인들에 계약의 우선권을 줬다. 다만 기존 상인이 폐업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새로운 점포주 선정에 입찰방식을 적용했다. 현재 입찰로 계약된 점포는 수산소매동이 6개, 청과소매동 27개다.

◇법위반, 공무원 징계에 수사까지

문제의 발단은 역대 최고가 입찰을 받은 수산소매동 상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다. 그는 연간 5200만원에 입찰을 따냈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평균 420만원의 12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는 지난해 수의계약과 상인들의 전대 행위의 위법성을 제기하며 수사기관(검찰, 경찰)에 진정 및 고발했다.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울산시 감사관실은 감사(2018년 11월19~23일)를 했고, 공유재산법위법 위반을 확인, 담당 공무원 5명을 감봉 등 징계조치했다. 공유재산법이 개정됨에 따라 2006년 이후의 수의계약은 위법이었다.

검·경의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불법 전대 부분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대는 점포(공유재산)를 임차한 상인들이 직접 영업하지 않고 다른 상인에게 점포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행위를 말한다. 울산시와 소매시장 대표 등에 따르면 20여개의 점포가 전대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대 임대료는 80만~200만원 선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지난해 11월 입찰방식으로 전환키로 하고 상인들에게 통보했다. 공정성 확보에다 입찰로 임대료가 현실화되면, 전대까지 없애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상인들은 사실상 영구적으로 가져온 영업권을 빼앗길 수 있는데다, 자신들이 낙찰된다하더라고 경쟁입찰에 따른 갑작스런 임대료 상승(울산시 연간 2000만원 예상)을 우려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1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市-상인 ‘유예기간 연장’ 마찰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월24일 수산소매동이 화재로 모두 잿더미가 된 것이다. 화재로 점포를 잃은 상인들에게 울산시는 상하수도, 전기, 통신시설 등 갖춘 임시영업장을 마련해 줬고, 상인들은 자비를 들여 수족관 등 필수 비품을 구입해 화재 피해 일주일 뒤(1월30일)부터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당시 10억원(점포당 평균 1351만원)의 화재 보험금과 남구청이 지급한 점포당 200만원은 상인들의 재기에 큰 힘이 됐다.

그러는 사이 1년간의 유예기간 만료가 다가왔다. 시는 입찰전환 공문을 상인들에게 보냈고, 상인들은 또다시 반발했다. 화재 피해를 이유로 들며 입찰방식 도입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비품설치에 1500만~2000만원이 투입됐고, 입찰에 탈락하게 되면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는 논리다. 상인들에 따라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6년까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불가’ 입장이 단호하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 상인의 요구를 수용하면, 시가 위법 행정을 펼치는 것이고, 공무원들 또한 징계를 받게 된다는 이유다. 시는 새로 건립된 수산소매동이 운영에 들어가는 오는 12월 전에 입찰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울산시는 “상인들을 배려해 제한입찰 등 다양한 관점에서 법을 검토했지만, 조건 미비로 불가능하다는 법적 해석을 받았다”며 “화재에 따른 임시영업기간 만큼을 추가로 유예해 주는 방안도 법적으로 살펴봤지만,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추가적으로 법적 돌파구가 없는 지는 꼼꼼히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수산소매동 상인 대표들은 본보와의 전화에서 “상인들의 생계와 직결된 입찰방식 도입을 울산시가 법 문제와 직원들의 징계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문제있다”며 “불법 전대 또한 십수년간 행정이 알면서도 방관했기 때문이다. 실력행사를 통해서라도 막겠다”고 강조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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