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열린대학은 송철호시장의 공약이다. 대학이 남아도는 우리나라에서 새로 대학을 설립한다는 공약이 의외였으나 프랑스 ‘에콜42’와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과 같이 대학계의 대안학교가 목표라는데서 수긍이 가능했다. ‘에콜42’와 ‘미네르바 스쿨’ 등은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세상에 없던 대학’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송시장 일행은 얼마전 이들 대학의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울산발전연구원이 10일 내놓은 울산열린시민대학 계획은 그 출발이 너무 ‘소박’해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울산발전연구원은 울산열린시민대학을 올 연말에 개교하겠다고 밝혔다. 강의는 ‘시민행복’과 ‘데이터과학’ 2분야이다. 시민행복은 △문학과 나 △음악과 나 △미술과 나 △나란 무엇인가 △마음챙김 등 5개 과목으로, 데이터 과학은 △파이슨 △엑셀 △알로 등 3개 과목으로 이뤄진다. 아직은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지는 않는다. 온라인 수업을 이수한 이후에 테크노산단 산학융합원을 활용해 오프라인 심화학습을 한다. 2022년까지 독립된 대학건물을 건립한다는 것이 목표다.

임진혁 울산발전연구원장에 따르면 울산열린대학은 미국의 무크(MOOC 온라인 공개 강좌)와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학습)을 혼합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사운영은 ‘나노디그리 모듈’이라고 해서 필요와 적성에 따라 세분화한다. 쉽게 말해 세계적으로 이름난 유명 강좌를 온라인으로 듣고 오프라인에서 토론과 응용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선택과목을 바꾸어가며 학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얼핏 일반 대학과 도서관 등에서 하고 있는 온라인수업이나 평생학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하면 참여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설령 시간을 두고 이해를 시켜나간다고 해도 자기주도적학습이 습관이 안돼 있는 시민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점 인정이나 취업이 안되면 주목을 끌기가 어렵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기업 맞춤형 또는 융합형 인재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개설과목이 너무 빈약하다.

개교 첫해 예산은 2억에 불과하다. 이 예산으로 대학을 설립할 수 있고, 새로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우리의 대학에 미래가 없다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를 만드는 새로운 교육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울산열린시민대학이 그 대안이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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