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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의 정석’ 실천 하토야마 전 총리…“역사 교훈이 미래를”日 고위 관계자로는 처음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방문, 고개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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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2  13: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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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노동자·위안소 모형 앞에서 두 손 모으고 묵념
“국가협정으로 개인청구권 소멸하지 않아…세계의 상식, 일본도 따라야”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부산을 찾아 또 한 번 사죄의 고개를 숙였다. 

2015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지난해 경남 합천 원폭 피해자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한 데 이어 올해도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2일 오전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했다. 

전날 방한한 하토야마 전 총리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2015년 12월 개관한 이곳은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동원 참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일본 고위 관계자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역사관 개관 이후 처음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역사관 4∼5층 전시실을 꼼꼼하게 둘러봤다. 

이곳에는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과 강제동원 참상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재현 모형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느린 걸음으로 기록물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안타까운 역사 기록을 마주했을 때는 두손을 모아 기도하고 짧게 묵념하며 애도를 표했다. 

탄광 노동자 모습과 일본군 위안소 재현 모형 앞에서도 애도를 하면서 발길을 한참 떼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7층 옥상에 마련된 추모공원 내 추모탑 앞에서 헌화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가 준비한 화환에는 ‘역사의 교훈이 미래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는 “당시 2천만명 밖에 없던 조선인 중 약 800만명에 달하는 분들이 일제에 동원돼 군인, 군속, 노동자로서 고생하고 목숨까지 잃게 됐다”면서 “과거에 저질렀던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자는 의미에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이 이 역사관을 방문해 겸허하게 역사 진실을 봤으면 좋겠다”면서 “무한 책임으로써, 전쟁범죄의 가해자로서 많은 상처를 입힌 데 대해 역사의 사실을 보기 위해 왔고,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분가량 짧은 소감을 말하면서 ‘사죄드린다’는 말을 세 차례나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냉철하게 진단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원래 제가 현직 총리일 때 여러 가지 사죄를 했었어야 한다”면서 “현재 일본에서, 제 영향력이 내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 정권하에서 (일본) 미디어는 저의 이런 행동(사과)에 대해 보도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그가 방한해 사과를 이어 나가는 것은 “리버럴(진보적인)한 생각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한하는 동안 보고 느낀 것들을 집회나 매체를 통해 자국에도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아베 정부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해결됐다는 게 일본 주장인데,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하는 것이 아니며, 이것은 세계의 상식인 만큼 일본도 이에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정부의 몰상식적 행동에도 자국민의 많은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문제’로 분석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경제가 20∼30년간 하락세에 있는데 중국과 한국은 성장하는 것에 대한 시샘과 질투가 있다”면서 “일본 경제가 하락한 만큼 ’강한 일본‘을 주장하는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고 일본 전체가 우경화된 것에도 기인한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전날 한국을 방문했다.

전날에는 경남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권양숙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오후에는 부산대를 방문해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93대 일본 총리를 지낸 대표적인 친한·진보 정치인이다.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추모비에 무릎을 꿇고 일본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남 합천의 원폭 피해자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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