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의 숙원이던 산재전문공공병원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산재전문 공공병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하면서 우선 300병상으로 문을 열되 점차 500~600병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따라 건축연면적은 4만9800㎡에 6만㎡로 확장된다. 병원 확장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된데다 병상규모를 늘려잡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지역 의료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60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성장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산재전문공공병원이 울산시민의 바람을 충족하려면 가야할 길이 멀다. 의료수준이 많이 뒤쳐진 울산에서 처음으로 국립병원이 설립되는 것이므로 시민들의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전국 최고의 산업도시이면서도 산재병원 하나 없이 버텨온 탓에 화상치료 등 제대로 산재병원 기능도 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공공보건 기능도 중요하다. 울산대학교병원이 있긴 하지만 지리적으로 동구에 있어 접근성이 낮다는 큰 단점을 안고 있다.

울산시민들이 원하는 병원은 다른 도시에 있는 평범한 산재병원이 아니다. 산재 기능과 공공보건 기능에다 연구기능까지 두루 갖춘 대학병원급이다. 이미 진행 중이던 산재모병원을 포기하고 산재전문공공병원을 문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같은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니만큼 당연히 산재·연구·공공의료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병원이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생명공학분야에 각별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유니스트가 울산에 있으므로 국가적 의학수준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공공의료 분야가 확보돼야만 한다.

울산시는 그 해법을 ‘권역 및 지역별 책임의료기관’에서 찾고 있다. 이는 지난해 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 발전종합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10개 진료권역을 나누고 그 아래 70여개의 중진료권역을 만들어 지역별로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급성심근경색, 중증외상, 심뇌혈관 등 생명과 직결된 응급질환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울산산재전문공공병원이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 산재는 물론 공공의료에 연구기능까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산재 부문은 고용노동부 산하인데 책임의료기관 지정은 보건복지부라는 것이다. 기관간 문턱이 높은 우리의 행정 체계 때문에 공연히 걱정이다. 산재전문공공병원이라는 문대통령의 공약은 분명 두 기관간의 협조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울산산재전문공공병원에서 새로운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산재병원에 도입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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