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생각지도 못한 선박 폭발사고가 울산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울산 동구 염포부두 석유제품운반선 폭발사고다. 당시 하늘 위로 뻘겋게 치솟은 버섯 모양의 불기둥은 전국 뉴스를 뜨겁게 달궈놨다. 당초 화재진압에 2~3일가량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18시간30분만에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긴 했지만 울산에 왜 화약고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울산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불렸다.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끌며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조성된지 50년을 훌쩍 넘긴 울산미포국가산단을 비롯해 온산국가산단 등 2곳의 국가산단에는 100여개의 공장에 폭발성이 강한 유류, 화학물질, 가스 2억여t이 저장된 1700여개의 탱크가 몰려 있고, 연간 화학물질 유통량은 전국 유통량의 30.3%, 유독물은 33.6%나 된다. 화학사고 발생 우려가 높거나 화학사고 발생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고대비물질 취급량은 2015년 기준 전국 취급량의 39.3%다. 국가산단 내 위험물저장·보관량도 전국 총저장량의 42.4%나 된다.

강길부 국회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134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울산국가산단이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여수 19건, 남동·구미 각각 14건, 반월 11건, 시화 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울산이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끌고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그만큼의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 듯 하다. 선박 화재 폭발사고 발생 직후 소방정 3척과 60대가 넘는 소방차가 진화작업을 펼쳤음에도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부산해양경찰서 소속 3001함이 1분에 13만ℓ의 물을 살수하고 유류 화재에 적합한 폼 소화포를 10분 동안 분사하자 서서히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진화의 숨은 주역 역시 3001함이 꼽히기도 했다. 만약 3001함이 부산에서 울산으로 출동하지 못했다면 당초 예상처럼 화재가 2~3일 이어졌을 수도, 추가 폭발에 따른 피해가 더 커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울산에는 절대 발생해선 안될 두 가지 사고가 있다. 도심과 인접한 탓에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국가산단 사고와 도시를 사실상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원전사고다. 국가산단이나 원전은 국가사무다 보니 사고관리의 책임이 사실상 정부에 있고, 울산시 차원의 접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국가산단 관리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달라고 수 년전부터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 시의회 손종학 의원은 상위법령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장은 원자력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조사·검증하기 위해 시민·전문가 등으로 안전성검증단을 구성·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원자력시설 안전 조례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시민들의 안전이다. 사고를 막고 예방할 수 있는 일이라면 법을 뜯어고치는 일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 이번 선박 폭발사고에서도 울산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시민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화약고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산업안전수도 울산으로 거듭날 방안을 지역정치권에서 이젠 찾아야 할 때다.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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