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환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저, 맹후빈 역)

▲ 차의환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추천도서 ‘분노의 포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차의환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분노의 포도>(존 스타인벡, 1962)를 중고교 시절에 읽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던 시절이었다. 울주군 청량면에서 태어나 청량중학교를 다니는 시골소년이었던 그는 <분노의 포도>와 <닥터지바고>와 같은 세계명작을 읽으면서 넓고 큰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가 서울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해 보르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하게 된 것도 바로 이들 책을 통해 드넓은 세상을 접했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분노의 포도>에서 사람들이 시련 속에서도 황량한 서부로 꿈과 희망을 찾아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키워주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숱한 결정의 순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이다. 그동안 문명이 엄청나게 발달했지만 인간의 삶의 방식과 태도, 즉 문화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책에서는 트랙터의 등장으로 나타나는 기술의 발달, 거대 자본 앞에서 작아지는 개개인들, 돈의 논리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사회의 모습이 밀도감 있게 그려진다. 그 모든 것이 시대만 바뀌었을 뿐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의 삶이다.

과학기술처, 경제기획원, 국무총리실, 청와대 등에서 평생 공직생활을 해온 차 부회장은 요즘 저성장과 양극화의 덫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는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률 증가와 급격한 고령화의 진행, 소득의 불균형 등과 함께 ‘흙수저’ ‘금수저’로 태생을 빗대는 말이 생겨날 만큼 양극화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 부회장은 살면서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이를 때면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생각이 있느냐가 문제겠죠.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해요. 하지만 할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내겠죠.”(10장, 158P)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차량이 주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명을 더 태울지에 대한 가족회의를 하는 대목에서 조드 일가의 어머니 말이다.

사실 ‘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할 수 없는 이유부터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차 부회장은 “문제도 답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생각이 있느냐’였던 것 같다”면서 “지역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모두가 할 수 있다는 공동체적 생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추진력은 생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분노가 포도처럼 익어간다’라고 했다. 책의 결말까지 상황은 호전되지 않지만, 차 부회장은 이 문구에서 암울하면서도 작은 희망의 빛을 느꼈다. 그것은 조드 일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기보다 인간의 가능성 자체에 대한 희망이었다. 정명숙기자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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