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진 행복한 노래교실 원장

축제의 시즌이다. 가히 전국이 축제 열풍이다. 도시든 농촌이든, 산이든 강이든, 어디를 가도 가을 향취 물씬 풍기는 축제의 물결로 일렁인다. 눈이 시린 파란 하늘 아래서 싱그러운 가을 바람을 느끼며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어울려 다양한 체험과 이벤트,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다.

울산만 하더라도 크고 작은 축제가 줄잡아 수십여 개에 이르고 있다. 그 중에는 행사의 특성을 살려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행사 내용이나 볼거리 및 즐길 거리가 특화돼 있지 못해 축제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많다. 축제를 다녀오고도 어느 축제를 다녀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니 세금이 아깝다는 둥, 시간 낭비라는 둥, 무용론을 지적하는 시민들도 꽤 많다.

사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각 지역마다 독특한 주제로 축제가 준비되었다고 홍보하지만, 막상 가보면 거의 엇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곤 한다. 그러니 한 곳의 축제만 다녀와도 다른 곳의 축제 모습을 쉽게 연상될 정도로 대동소이하다.

지난달 27일 울산시가 지역축제의 육성과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자리에서 발표된 용역수행업체의 설문조사 결과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1위), ‘울산고래축제’(2위), ‘간절곶해맞이축제’(3위)가 24개 울산지역축제 중 인지도와 대표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울산기초단위 지자체가 추진해 온 마두희축제(중구), 쇠부리축제(북구), 옹기축제(울주)는 각각 19위, 17위, 12위로 조사돼 지역대표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운영의 전문성과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집중과 선택’이라는 과제를 내놓은 셈이다. 과거의 축제 형태가 주로 보고 듣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체험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향후 축제 방향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알다시피 축제는 지역민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지지부진했던 상권이나 관광산업에 활기를 가져다주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콘텐츠 등을 제대로 만든다면 그 축제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부가효과가 매우 크다. 그만큼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단합된 힘을 발휘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뜻이다.

필자는 그 가운데 하나가 개·폐막식의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일각에서는 연예인을 불러와 뻔한 ‘쇼쇼쇼’만 벌인다며 씁쓸해하고 아쉽다는 주장을 펴곤 한다. 하지만 참여자들의 흥을 돋우고 행사를 더욱 빛낼 수 있는 게 어디 이만한 게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예부터 축제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점에는 어김없이 음악이 가미되었다. 농사일 할 때도 그렇고 혼례나 마을의 각종 행사를 벌일 때에도 전통적인 가락이나 연주가 빠지지 않았다.

개·폐막식에 연예인을 초청해 축하 행사를 벌이는 것을 일방적으로 평가절하하거나 매도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프로그램 참여를 사실상 외면하는 등 그 홀대의 정도가 지나친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축제에서 이른바 ‘중앙가수’를 메인으로 초청하고 지역 연예인들은 중간 중간에 구색만 갖추기 일쑤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불러주면 감지덕지하라는 뉘앙스도 풍긴다.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공연 관계자의 매너리즘, 공연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 부족 등이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재능기부 형식을 요구하거나 짜투리 예산으로 퉁 치는 등으로 지역예술인들을 외면하면 지역문화발전이라는 명제는 요원할 따름이다.

지역 연예인들은 지역에서 가꾸고 키워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축제 때 주무대 등에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는 등 배려행정을 더욱 많이 펼쳐 주었으면 한다. 최영진 행복한 노래교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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