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이주 고려…말레이시아 급부상
자본도 이탈 가속화…금융허브 흔들

▲ 최근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제정한 가운데 13일(현지시간) 홍콩 시내 곳곳에서 과격시위가 여전히 이어지자 현지경찰이 시위를 펼친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규모 시위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홍콩에서 사람과 자금 이탈 조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9월말에 실시된 한 조사에서 시민의 42%가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해 전년 같은 시기의 조사에 비해 8%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골드만 삭스는 6~8월에 최대 40억달러의 예금이 싱가포르로 빠져 나간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가운데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대로 가면 사람과 자금 이탈이 경제활력을 떨어뜨려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이 흔들릴지 모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4일 지적했다.

“화교계 주민이 많고 안전해 살기 좋을 것 같다” 이주 후보지로 말레이시아 페낭섬을 방문한 홍콩인 부부는 현지를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비자 취득이 어렵지 않은 말레이시아는 은퇴한 홍콩 노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홍콩 중문대학이 9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주를 희망하는 이유로 ‘정치적 분쟁’ ‘민주주의가 없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 등을 든 사람이 많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좁은 주택 등 주거환경을 든 사람이 많았지만 올해는 정치적 이유가 상위를 차지했다.

이주를 고려중인 사람의 23%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홍콩경찰에 따르면 비자를 얻는데 필요한 ‘무범죄증명서’ 신청건수는 9월에 359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배가 넘었다. 일부 시위대가 의회격인 입법회에 난입하는 등 시위가 과격화한 7월 이후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비자취득을 지원하는 컨설팅회사인 ‘메이롄(美聯)이민’의 한 관계자는 고객 문의가 6월 60건에서 9월에는 300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30~40대의 관심이 높고 결혼해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영어가 통해 교육환경이 좋은 캐나다와 호주 등 기존 단골국가 외에 대만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지로 이주를 검토하는 사람도 증가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도 움직이고 있다. 8월 홍콩달러화 예금은 전달 대비 1.6% 감소해 1년3개월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반면 7~8월 싱가포르의 외화예금과 비거주자 예금은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홍콩달러 예금에서 완만한 자금유출이 일어나 싱가포르의 외화예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엘레로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식스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는 아니지만 홍콩에서 자금유출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당국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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