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이 14일 울산시청에서 주 52시간제 확대도입 유예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력사들은 내년부터 50~299인 이하 기업까지 주 52시간제가 확대되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제도 유예를 요청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협력사들의 줄도산, 조선기술인력의 심각한 이탈, 조선산업 붕괴 등의 극히 우려스런 표현까지 나왔다. 협력사들의 이같은 표현은 어려움에 처한 조선산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 때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조선산업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깊은 불황의 늪길을 걸었다. 현대중공업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였고, 정부도 회사를 살리기 위한 갖가지 지원을 했다. 현대중공업과 정부가 이렇듯 조선산업에 매달렸던 것은 앞으로도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의 요구사항은 하나, 주 52시간제 확대도입을 유예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를 확대 시행하게 되면 협력사간의 도미노 현상이 발생해 조선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협력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협력사에는 당장 종업원 2000여명이 더 필요하게 된다. 여기다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되면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은 평균 20%가량 더 떨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다. 임금이 떨어지게 되면 고급 조선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자들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결국은 나이 많은 고령 기술자들만 남게 되는 것이다.

실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협력사들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도 빗발치게 할 것이다. 결국 협력사들은 엄청난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할 수도 있다. 최근 조선산업 현장에는 주 52시간제의 확대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명분도 좋지만 회사가 무너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울산 동구의 상가에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조선산업의 절박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 줬다. 그 중에서도 주 52시간제 확대도입의 유예는 울산 동구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부분이다. 물론 여러 산업간의 형평성 문제가 있겠으나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규모나 수출 기여도 등을 감안하더라도 조선산업의 주 52시간제 확대도입 유예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