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갑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현대인 6명중 1명 겪을만큼 흔한 병
뇌 이상·스트레스 등 발생요인 다양
무기력·식욕 이상·수면장애 등 동반
치료시기 놓치면 극단적 선택 위험
약물·심리·행동변화 치료 병행해야
만20세부터 국가검진 통해 검사 가능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방송·연예계 내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설리는 평소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은 환자 스스로 병에 걸린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은 지속적으로 우울감을 느끼고 의욕이나 흥미가 크게 떨어진다.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뿐만 아니라 식욕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급증하는 증상을 보인다. 자살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며, 심한 경우 직접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울증 증상이 2주일 이상 계속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환자 가족과 친구 등 보호자 역할도 중요하다. 이주갑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우울증 발병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우울증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는 누구나 겪게 되는 흔한 질병이다. 우울증도 그렇다.

이주갑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6명 중 1명이 우울증 환자일 정도로 현대인들에게는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실제 치료로 이어져 효과를 보는 이는 25%에 불과하다. 우울증을 단순히 우울한 마음 상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과 우울증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보통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거나, 이혼과 같은 상실을 겪거나, 사업 실패 혹은 꿈의 좌절 등을 경험하면 기분이 저하되고 슬픔을 느낀다. 우울감은 이처럼 비교적 확실한 원인이나 계기로 인해 비교적 짧은 기간 우울한 마음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경우는 기분 전환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반면 우울증은 뇌의 이상이나 사회적 환경,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우울한 기분, 무기력, 식욕 저하,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특히 괴로움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고, 뭘 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심할 경우 자살까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항우울제 통해 뇌 신경전달 물질 조절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또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의 뇌 영상을 살펴보면 정상인과 크게 다르다.

이 교수는 “우울증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과 흥분되거나 긴장될 때 나오는 노르아드레날린 등 뇌의 신경전달 물질이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때문에 항우울제를 처방하는데 보통 우울증약을 먹으면 치매에 걸린다거나 평생 먹어야 한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우울증약을 피하거나 중간에 끊는 환자들이 많다. 이는 우울증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또 미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우울증이면 자녀에게 우울증이 나타날 위험이 2배, 조부모까지 우울증이면 발병 위험은 3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력은 30대 이전의 젊은 환자일 경우 더 많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부모의 양육환경과 태도다.

특히 우리나라 19세 이하 청소년들의 우울증 진료가 1년 사이 4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2013~2018년 우울증 진료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대비 2018년 우울증을 진료받은 19세 이하 연령층이 4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청소년들의 삶이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적 활동 통해 우울증 극복

우울증은 약물과 심리, 행동 변화 등 다양한 치료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우선 기분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해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항우울제 복용 후 수면과 식욕이 호전되기 시작해 점차 우울감 등 주요 증상이 호전된다.

또 이 교수는 “약물치료는 심리치료와 함께 병행한다. 행동 변화를 통해 기분의 전환을 가져오는 행동활성화치료도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무기력한 환자들에게는 샤워나 산책, 청소, 대화 등 즐거움을 주거나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행동활성화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단순히 ‘친구 사귀기’라는 계획보다는 ‘매일 오후 6시에 친구에게 전화하기’라는 구체적 목표가 좋다. 또 ‘3개월 안에 5kg 감량’이라는 장기적 목표보다 ‘매일 30분 운동하기’라는 단기적 목표가 도움이 되고, ‘탄수화물 먹지 않기’라는 금지목표보다는 ‘매일 야채 먹기’라는 성취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은 요즘 같은 계절에 더 많이 발생한다. 세로토닌의 감소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을·겨울철은 햇빛양이 줄어들며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80%는 여성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우울증을 예방하는 세로토닌을 52% 더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에 우울 증상이 시작됐다가 봄이 되면 괜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국가검진대상이 만 40세에서 19세 이상으로 변경됐으며, 정신건강검사가 검사항목에 추가됐다. 만 20세부터 10년 단위로 우울증 여부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으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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