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울 땐 미세먼지도 발생
독성물질 간접흡연으로 전달
모두의 건강 위해선 금연 필요

▲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이제 기온도 많이 내려가서 본격적인 가을이다. 10월 중순부터는 중국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하는 시기라서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일기예보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예보도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세먼지는 너무 작아서 코와 목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들어와서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하여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대도시와 공업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는 중금속과 유기독성물질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가 미세먼지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로 인해서 조기 사망하는 사례가 한 해 만 명이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 고농도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며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며 비판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흡연자라는 것이다. 대기오염 연구자 중에서도 흡연자가 꽤 많다. 얼마 전 유럽에서 개최된 대기오염 관련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학회장에서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기조 강연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많은 참석자가 흡연하고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발표장 내부까지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길거리와 식당은 흡연자로 넘쳐나고, 심지어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봤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까지는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담배 연기와 미세먼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직접 먼지 형태로 배출되거나, 기체상 물질들이 광화학반응을 거쳐서 2차 생성되기도 한다. 담배를 태우면 연기가 발생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세먼지다. 단순히 미세먼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담배 연소 과정에서 4000여종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고 알려졌다. 더 심각한 사실은 담배 연기에 포함된 독성물질의 농도가 미세먼지에 있는 독성물질의 농도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흡연자들은 개인 건강 차원에서 미세먼지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아주 낮은 날에도 스스로 더 독한 미세먼지를 만들어 직접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간접흡연도 문제다. 간접흡연이란 다른 사람이 태운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길거리에서 담배 연기를 마시기도 하고, 흡연자 옷에 붙어 있던 담배 성분이 휘발되면서 의식하지 못한 채 노출되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은 간접흡연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흡연자가 있다면, 지금 미세먼지 걱정할 때가 아니라 금연할 때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10년 48.3%에서 2018년 38.1%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런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는 남성 흡연율이 최상위권이다. 다행히 여성의 흡연율은 2018년 6%로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출산 계획이 있는 여성이라면 아기를 위해서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 신생아 탯줄혈액이나 머리카락을 분석하면 중금속을 포함한 독성물질이 검출되는데, 이는 모두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담배 원가의 수 배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데 흡연 장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하다. 적정 개수의 흡연 부스를 마련하여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줄이고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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