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지혜 ‘전시 생활’ 2019-10-14, 17시03분27초

현대미술은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래서 어디까지를 현대미술로 보아야 할지 그 개념도 모호한지 오래다. 경계가 무너지면 표현의 폭은 확장될 수 있겠으나 혼란을 주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경계가 분명한 것이 더 편리하다. 필자는 작업공간과 생활공간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야 작업도 생활도 집중할 수 있는 인간형이다. 작업공간에 침대가 있으면 눕고 싶은 충동이 커지고, 침실에 물감들이 흩어져 있으면 편하게 쉴 수가 없다.

레지던시에서는 작업공간이 곧 전시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작업공간이 전시공간이 되려면 작업 도구들을 다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번거롭다는 단점보다 작가가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해석하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

홍지혜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되는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니 신발장이 있고 신발들이 진열되어져 있다. 집 현관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전시장으로 돌아서니 행거에 옷들이 가득 걸려있고, 전시장 한 가운데는 침구가 놓아져 있었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한 바퀴를 눈으로 쓰윽 훑어보니 그가 작업하고 생활하는 방을 옮겨다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미 수많은 작가들이 그들의 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형식의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그들의 전시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생각하던 순간, 2층으로 올라가라는 문구를 따라 계단을 밟고 올라가 작가의 스튜디오를 들어서니 침대와 옷장만 휑한 방에 전시장처럼 여러 조각들의 작품이 붙여져 있기도 하고 세워져 있기도 하다.

홍작가는 경계되어져 있는 것들이 불편하며, 작업실 또는 전시장이 주는 장소적 개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전시가 이루어지는 동안 전시장에서 생활한다.

그것은 ‘전시공간에 옮겨놓은 생활공간이라는 작업이 일상생활이라는 퍼포먼스로 시시각각 변화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공간에 카메라를 설치해두어 자신의 생활을 녹화하고 있다. 경계 지어진 것들을 경계하며 홈카메라로 숙제를 하고 있는 20대 작가의 깜직 발랄한 ‘전시생활’이 이달 28일까지 장생포 고래로131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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