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수 울산판화협회 회원

신라금관은 신라시대 4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문화재다. 여기에는 제작에 관한 기록이 없어 고고학자들이 추증하는 내용이다. 신라금관에는 서봉총금관, 금관총금관, 황남대총금관 등이 알려져 있으나 또 다른 금관이 있느냐 라는 질문에는 필자도 다 모른다.

신라금관에는 펼치면 띠 모양으로 되었다, 이것은 망건을 쓰고 그 위에 띠로 말아서 머리에 얹으면 관(冠)이 된다. 여기에는 나무형상을 단순화한 형태와 사슴뿔 모양의 형태가 있다. 그리고 곡옥과 새 모양을 한 대롱이도 달려있다. 곡옥은 올챙이 같이 생겨서 새로 탄생되는 생명체를 뜻하며, 새 모양의 대롱이는 이곳의 뜻을 하늘로 전달하는 메신저(Messenger)역할을 한다.

관은 모자를 뜻하기도 하며, 예나 지금이나 관을 쓴 사람은 주어진 역할이 있다. 어떤 사람이 이 관을 썼을까? 왜 썼을까? 추증한다면 당시 제사장이 많은 백성들 앞에서 벌이는 대중행사에 제사를 지내며 썼던 것으로 추증된다. 제정일치(祭政一致)시대에 최고의 통치자가 종족의 단합 또는 통치를 위하여, 그리고 종족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려는 행사에 사용된 것으로 추증한다. 사슴뿔의 모양은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샤먼(shaman)에서 유래된 듯하다.

우리 민족이 북방아시아 민족에서 전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속에는 온돌이라는 귀중한 문화도 함께 전래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나무의 형상과 사슴뿔모양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난 10월8일 울산박물관에서 개최된 강연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양수 연구관은 그 의미를 신과 교신(交信)하는 안테나(ANT)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은관(銀冠)이나 동관(銅冠)은 떨리지 않지만 금관(金冠)은 손으로 들면 떨리는 현상을 느꼈다고 했다. 제사장이 행사장에 나타날 때, 찬란한 금관을 쓰고 천천히 등장한다. 금관에 달려있는 여러 가지의 형태들이 떨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참석한 많은 대중을 압도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해안가의 마을에서는 풍어제나 마을기원제가 있었다. 굿을 할때 무당(巫堂)은 대나무를 잡고 흔든다. 어떤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떨림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신내림현상, 즉 접신현상(接神現想)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한 많은 마을사람들의 영혼을 대변하거나 마을사람들의 기원을 대신 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도 마을의 어딘가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를 당산나무라고 한다. 팽나무나 느티나무일 경우가 많다. 나무 한 쪽에는 제당(祭堂)이 있었거나 제단(祭壇)이 마련돼 있다. 나무의 허리둘레에 새끼줄을 감거나 천으로 감아둔다. 때로는 오방색의 천을 새끼줄에 끼워두기도 한다. 할머니들은 제단위에 새벽에 길은 깨끗한 물 한 그릇 올리고 실을 걸어서 새끼줄까지 연결한다. 그리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먼 곳으로 떠난 남편이나 자식들이 무탈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이 기도소리가 정화수(井華水)에 진동을 주고 이 떨림이 실과 새끼줄을 타고 나뭇가지에 이른다. 큰 나무가지들은 송출 안테나가 되어 하늘로 전해진다. 하늘의 신(神)이 기도를 받고 그 영험을 다시 이 땅으로 보낸다. 그러면 이 당산나무가지는 수신 안테나가 되어 받는다. 그 영험은 새끼줄을 타고 내려와서 실로 이어지며 정화수에 이른다. 기도를 마친 할머니는 이 정화수를 정성스레 마신다. 음복(飮福)이다. 교회 십자가가 하늘높이 있는 것도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의도이다. 교회의 옥탑방에서 열심히 기도하면 하나님을 만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마을의 동산이나 어귀에 솟대가 서있다. 나무로 만든 오리모양이다. 옛날사람들은 가을이면 나타났다가 겨울 이곳에서 지내고 봄이 되면 홀연히 사라지는 오리는 하늘나라와 이 세상을 이어주는 메신저라고 믿었다.

기도는 신과 통하는 교신(交信)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이를 신동(神童)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선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신통(神統)하다고 말한다. 그 신통이 지금 우리의 정서다.

사찰과 교회 그리고 성당에서는 수능을 앞둔 학부모들이 수능시험 안전기원을 위한 기도가 한창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만큼 답하려는 안전기원제인 것이다. 더불어 문수산 또는 가지산 정상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의 주제로 학교별 수능안전기원제가 열린다. 지금 수능수험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온 가족이 마음을 모은다. 대학입시는 골목경기와 다르다. 반칙을 하면 하늘이 벌 내린다. 박현수 울산판화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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