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2년만에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내린 것은 경기 둔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은 울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지역 내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9년도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체의 60% 이상이 올해 영업이익(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경기전망지수(BSI)도 78수준에 머물러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다. 결국 울산의 제조업 경기는 올해 말까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울산의 경기부진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내수시장 둔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기업들의 투자부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설비 피격 등이 울산경제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미 울산지역 제조업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믿지 않는 쪽으로 돌아섰다. 울산경제가 심리적으로 기울어졌다는 뜻이다.

지난 14일 현대중공업 사내 118개 협력사들은 울산시청에서 주 52시간제 확대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내년부터 예정대로 주 52시간제가 확대 시행될 경우 118개 사내 협력사 모두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며 주 52시간제의 일정기간 유예를 요구했다. 또 주 52시간제가 확대시행되면 2000명 이상의 추가 인원이 필요하게 되고 여기다 임금인상 요구까지 더해져 기업주는 한계상황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의 항변은 울산지역 제조업체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한다. 울산상의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울산지역 제조업체들 대부분은 연초 영업이익(실적)이 목표치에 비해 미달했다고 대답했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내수시장 둔화(36%)를, 두번째는 최저임금·주52시간 등 고용환경 변화(25%)를 들었다. 또 이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정책과제로 단연 고용·노동정책 탄력적용(44%)을 꼽았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이 부정적으로(63%) 답변했다.

경기는 국내외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은 풀어나가야 경색된 경제를 풀 수 있다. 울산에는 지금 조선업종 뿐만 아니라 한계 상황에 도달한 기업들이 많다. 주 52시간제 등 원칙만 고수하다 보면 ‘기업’은 없고 ‘정책’만 남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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