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포만서 인화성 물질 화물선 화재
추가폭발 우려에 위험 무릅쓴 진화
묵묵히 소임다한 이들의 노력 빛나

▲ 김재화 울산동부소방서장

9월28일 10시51분, 비상소집을 알리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케미칼운반선 ‘스톨트 그린란드(STOLT GROELAND)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폭발 당시 엄청난 굉음과 버섯 모양의 거대한 화염은 사고 선박에서 250~300m가량 떨어져 있는 울산대교보다 높이 치솟았고, 시커먼 연기는 수백m 높이까지 솟아올라 주변일대 뒤덮어 울산전역에서 목격될 정도였다. 사고선박은 일본 고베를 출발해 지난 25일 오후 11시30분 염포부두에 입항한 스톨트 그린란드호로 불이 나기 전 바로 옆에 정박해 있던 6583t급 싱가포르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BOW DALIAN)’에 알코올 계통의 화학물질 1000t을 옮겨 실을 준비작업을 하던 중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였다.

선박 특히 케미칼 운반선 화재의 경우는 일반 화재와는 달리 선박의 기본정보 파악이 어렵고, 선박내부 구조가 복잡하며, 화재가 발생하면 1000도에 가까운 열을 철판이 빠르게 다른 구획실로 전도시키기 때문에 연쇄폭발을 일으켜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박화재의 경우 선박내부 구조와 적재물 내용파악을 위해 선박관계자(선장, 항해사, 선사 등)와 화재발생시 선박의 도면과 소방시설 현황 등이 담겨있는 화재안전계획도(Fire Safety Plan)확보가 가장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

당시 사고현장의 일등항해사와 선사관계자에 따르면 사고선박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액체,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4류인화성액체 제2석유류(비수용성액체)인 스티렌모노머(SM)를 포함한 석유화학제품이 14종 2만7000t이나 실려 있고, 추가 폭발의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최초 폭발은 총 39개의 탱크 중 9번 탱크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 탱크 안에는 위험물인 SM(스티렌모노머, 인화점 31도, 무색, 방향성 액체)가 5245t이 실려 있다고 하였다. 또한 첫 폭발이 발생한 탱크 옆에는 폭발성을 가진 화학물질이 1만275t가량 실려 있어 폭발시 엄청난 충격과 열기로 인해 울산대교의 안전성까지도 담보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위험물이 실려 있던 이웃 탱크로 불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폭발·화재가 발생한 9번 탱크 주변 온도를 낮추는 냉각작업으로, 화재 진압에는 최소 2~3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선박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예측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고성능화학차를 비롯한 울산소방의 모든 가용 소방자원을 신속하게 사고현장으로 배치하고, 부족한 소방용수는 바닷물로 수원을 확보하여 소방용수 부족을 해결하며, 울산해경에서 보유중인 화학방재함과 소방정을 총동원하고, 부산해경 소속 소방함정 등을 지원 요청해 추가 투입하여 육상과 해상에서 화재 주변을 끊임없이 집중 냉각하는 한편, 구조대원들은 아수라장이 된 선박에 진입에 인명검색 및 구조를 이어갔다. 사고 당시 냉각수 주입 후에도 주변 온도가 800도까지 측정되고, 한 때 과열로 탱크상판에 변형이 생겨 소방대원들이 모두 대피하기도 하고, 2차 폭발로 긴급구조통제단 차량 및 텐트를 주차장으로 옮기는 등 긴박한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주변 냉각작업을 멈추지 않고 계속한 결과 화재 진압에 최소 2~3일이 소요될 것이라던 예측과는 달리 18시간30분만에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 이번 폭발·화재사고는 불기둥이 100여m이상 치솟고, 2차, 3차 폭발이 잇따르는 등 엄청난 사고였다. 그리고 위험물을 다량 적재한 선박이라는 특수성, 소방용수 확보의 곤란 등 여러 난관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울산소방과 유관기관 그리고 화재현장 뒤에서 묵묵히 자원봉사에 최선을 다한 의용소방대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울산시민의 안전과 울산의 환경 및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환경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재화 울산동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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