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집시는 본래 인도 북서부 지방에서 살다가 마케도니아를 떠돌아 유럽 여러 나라로 모여들었다.

그래서 현재는 집시를 유럽을 떠돌아다니는 집단을 말한다. 이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집도 없이 직업도 없이 살아가다 보니 삶의 질은 떨어지고 그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했다.

집시들은 천성적으로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는 DNA를 가지고 있다지만 사실은 어디서도 환영 받지 못하기 때문에 거리를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떠도는 삶을 사는 집시들의 생존하는 방법이 현지 거주민이나 유럽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 소란, 절도, 주거환경 악화 등 피해를 주고 있어서 혐오와 경계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집시들은 자기들 삶의 애환을 노래와 춤 등으로 표현하며 자기들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

집시의 노래가 여러 형태로 있지만 널리 알려진 곡으로 브람스의 집시의 노래를 들 수 있다. 브람스는 유럽 여러나라로 연주 여행을 다니다가 헝가리 집시들의 노래를 듣고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적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집시의 음악을 차용하기도 하고 또 집시의 음악을 근거로 편곡하여 헝가리 무곡(Hungarian Dance)을 썼다. 여기에 직접 작곡한 ‘집시의 노래’가 들어 있다. 작곡의 근거가 되는 가사는 헝가리 집시 민요집을 친구 콘라드가 번역했다.

11곡의 사중창으로 구성된 집시의 노래는 베를린에서 초연했으며 브람스의 성악곡 중 가장 많이 불려진다. 집시의 노래는 모두 4분의 2박자로 작곡되었고 형식과 화성, 선율과 리듬이 단순하다. 11곡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1. 오 집시여, 2. 물결이 이는 리마, 3. 언제 아는가, 4. 하나님 당신은 알고 계세요, 5. 햇볕에 탄 젊은이, 6. 세 송이의 붉은 장미가, 7. 성스러운 맹세, 8. 들으라, 바람이 숲에서 내는 탄식을, 9. 멀고 넓으며 아무도 나를 보려하지 않네, 10. 달이 그의 모습을 덮고, 11. 붉은 저녁 구름. 제목만으로도 집시의 정서가 애잔하게 와닿는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