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지난 16일 울산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남구 존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농수산물도매시장 남구존치 범구민 추진위원회’에서 주관한 이날 회견에는 남구의회 구의원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실 사무국장, 민주당 남구지역위원장 등 여야를 불문하고 남구지역 정치인들이 총출동했다. 서로 헐뜯고 상대방 공격에만 혈안이었던 남구지역의 여야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낸것 자체가 낯설고 희귀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견은 농수산물도매시장 존치를 희망하는 남구주민들 입장에서는 다소 늦은감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쟁지역인 울주군과 북구가 일찌감치 TF팀 및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치 서명운동과 결의대회 등을 열며 불을 지피고 있던 것과 달리 남구는 이제야 추진위가 구성돼 유치(존치) 운동에 나선 것이다.

남구존치 추진위 구성과 회견이 이렇게 늦어진 데는 남구의 수장인 김진규 남구청장의 구속 사태와도 무관치 않다. 실제 이날 회견에서 추진위 관계자는 “청장의 구속사태 등 여러가지 사정상 (추진위 구성 등이)다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장의 구속사태가 구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보여준 단면이다.

김진규 청장이 구속됐던 당일 남구청은 큰 충격에 휩싸였으나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구정은 평상시와 같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 사례처럼 굵직한 현안에서는 수장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특히 김 청장의 공약사업인 ‘공업탑 스카이 시민광장’ 조성사업과 암각화와 연계한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는 사업 등은 백지화 수순을 밟거나 무기한 연기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구청 공무원들의 기강도 해이해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남구청 공무원 A씨는 지난 13일 저녁에 면허정지 수준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적발됐는데 과거에도 음주운전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남구에서는 앞서 최근 두달새 2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터라 김 청장 구속이후 또 다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직원들의 기강해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5~19일까지 중국 옌청시(염성시)에서 열린 우호교류 행사에 남구체육회 직원과 이사 등 50여명이 한꺼번에 참가한 것도 구설수다. 남구체육회는 직원 채용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수사를 받아 김 청장을 비롯해 체육회 일부 관계자들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등 법의 심판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김 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지 20여일이 흘렀다. 김 청장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해놓은 상태로, 상고심까지 갈 경우 남구 구정은 어떠한 상황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분명한 점은 청장의 구속이 남구 구정에도 유무형의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stevecha@ksilbo.co.kr

차형석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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