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중구의회가 ‘생활 SOC 걸어서 도서관’ 추진에 나섰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자치형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이동할만한 거리에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한다는 것이 생활 SOC 사업이다. 울산 중구의회는 생활 SOC 사업 중에 도서관 건립에 초점을 맞추고 주민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 생활정치를 지향하는 기초의회가 작은 도서관에 관심을 가진 것은 바람직하다. 도서관은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 가능한 문화시설로 모든 주민들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작은 도서관이 많이 늘어났다. 아파트 건립 시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모든 대단지 아파트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입주 후에 운영을 자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운영비 예산을 마련하지 않거나 운영인력이 없어 문을 닫은 것이나 다름없는 곳이 많다.

신설 아파트가 많지 않은 중구지역은 그런 작은 도서관마저도 많지 않다. 중구의회가 관심을 가지는 ‘생활 SOC 걸어서 도서관’은 그래서 오래된 도시인 중구지역에서 매우 유용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조성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운영이다. 실지로 남외동 정지말공원에 2016년 마련된 ‘가까운 도서관’은 활용이 거의 안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집단화한 주거지에서도 도서관 운영이 쉽지 않은데 단독주거지에 마련된 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하기는 더욱 어렵다.

설사 예산과 인력이 있다고 해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작은 도서관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도서를 모두 구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구립도서관 등과의 연계를 통해 도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는 ‘상호대차’(협약된 도서관끼리 소장한 자료를 서로 주고받으며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일)가 전제돼야 한다. 작은 도서관을 마련해놓고도 상호대차 시스템이 없으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서울시는 10분 거리 안에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하는 ‘10분 동네 생활 SO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3개 시범 자치구를 선정하고 작은도서관, 문화체육시설, 마을주차장, 텃밭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울산시 중구도 지역특성에 맞게 경로당이나 주민센터 등의 공간을 활용해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동네 특성에 맞는 다채로운 생활 SOC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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